[문화가산책] 예수님을 사랑한 르네상스 초기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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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06-29 13:45:16 ]

시에나 화파 거장 ‘두초 디 부오닌세냐’
고딕 양식과 비잔틴 양식 잘 융합하여
중세적 신비감·인간적 정감 모두 표현
생동감 넘치는 예수님 생애 재현해내

이탈리아 화가 두초 디 부오닌세냐(Duccio di Buoninsegna, 1255년 추정~1319년 추정)는 고딕 후기부터 초기 르네상스에 걸쳐 이탈리아 중부 시에나를 중심으로 활동한 시에나 화파의 선구 작가로 다른 이들과 함께 서양 미술의 창시자로서 손꼽힌다. 시에나 화파는 소극적인 묘법이면서도 온화하고 정서적인 도해성과 장식성을 매우 중시했다. 이 화파에 속한 작가들의 작품은 중세적인 신비 속에 인간적인 정감이 깃든 세련된 양식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초는 그와 동시대인인 피렌체 화파의 조토(Giotto)와 쌍벽을 이루는 시에나 화파의 중심 인물이었다. 그러나 시에나 대성당의 중앙 제단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동시대인 조토처럼 혁신적이지는 않았지만 비잔틴 미술을 발전시킨 뛰어난 서술적 화가였다. 혁신적인 방법보다는 온건하게 과거의 전통인 고딕적 요소와 비잔틴 요소를 잘 버무려 새로운 생명감을 불어넣었다. 감각적이면서 자유로운 선과 풍부한 색채, 그리고 뛰어난 장면 구성력으로 인물 각자에게 독창성을 부여해 중세의 우아함이 우러난 작품을 남겼다.


<사진설명> <산 위에서의 그리스도 유혹>, 1308~1311. 목판에 템페라, 43×46cm. 뉴욕 프릭 컬렉션.

산 위에서의 그리스도 유혹
이 그림은 예수님이 마귀로부터 세상의 모든 권력과 부귀영화를 줄 테니 자기에게 엎드려 절을 하라고 하는, 세 번째 시험(마4:8~9)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붉은 옷에 푸른 망토를 걸친 예수님은 단아하고 위엄이 있으며 옷 주름은 너울거리듯 부드럽다. 시커먼 몸에 악마의 날개를 달아 하나님에 대항하는 반역한 천사인 마귀는 더할 나위 없이 저주스럽고 흉측스럽다. 밝게 채색된 모형 같은 도시의 성채는 마귀가 예수님을 유혹하는 ‘세상의 모든 나라’를 상징한다. 마귀는 지상의 세속적인 통치와 인간 영혼의 지배를 제안하고 있다. 이 영화로운 세상을 주겠다고 유혹하는 마귀를 단호하게 꾸짖는 예수님의 표정과 동작은 힘차 보이면서 극적인 분위기가 넘쳐난다. 마지막 시험에서 승리해 마귀가 물러가자 두 천사가 나타나 예수님의 시중을 들었다.

산 모습과 도시 건물들은 실제 모습과 달리 모형처럼 축소해서 상징성을 높였다. 예수님 앞쪽 도시와 성채는 밝고 화려한 데 반해 마귀와 그 뒤쪽의 성채와 도시는 어둡고 흉물스럽다. 이런 대비를 이루고서도 완성을 보지 못한 원근법의 미숙함과 등장인물들의 다소 굳은 자세는 아직도 비잔틴 양식의 영향 아래 있음을 알려 준다. 하지만 인물의 양감, 부드러운 옷 주름, 풍부한 색채는 한 걸음 더 초기 르네상스 미술로 다가섬을 느끼게 한다.



<사진설명> <예루살렘 입성>, 1308~1311. 목판에 템페라, 100×57cm. 시에나 대성당 미술관.

예루살렘 입성
이 그림은 예수님이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서는 광경을 그린 작품이다.

중세 고딕풍 화가들은 건축적인 무대를 설정하고서도 화면은 평면적이었다. 그러나 두초는 화면 가득 건축적 구조를 설정하고서도 삼차원적 화법에 의한 공간 마련에 성공하고 있다. 이 공간 속에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해 시선의 흐름을 끌어가고 있다.

나귀를 탄 예수님이 제자들을 거느리고 축복의 자세를 취하면서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성안의 많은 사람이 마중을 나와 ‘호산나’를 외치며 예수님을 맞이한다.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길 위에 까는 사람,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고 기뻐하는 사람, 담 위에서 바라보는 사람,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 여인,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주는 사람과 가지를 달라는 사람 등 많은 사람이 보인다. 예수님께 구원자가 되어 달라는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 뒤편에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이 불안한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이 그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시각을 취하면서 건축적인 공간을 회화적인 무대로 넓혀 그 무대 속에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인물들의 동작이나 옷 주름 처리는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배경의 건물들은 고딕풍의 영향을 보이지만 르네상스 초기에 작가가 활동하던 이탈리아 시에나 지방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다양한 동작의 인물들과 갖가지 건축물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서술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놓았다.


/이은주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58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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