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믿음으로 ‘통일’ 노래한 작곡가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8-07-19 13:54:44 ]

가곡 <가고파> <봄이 오면> 작곡 김동진
평양장대현교회 마지막 담임목사인
부친에게 신앙유산 물려받아
6.25 때 월남해 종군작가 단원 활동
국악·양악 접목 ‘신창악’ 운동 이끌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안고 있다.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에는 미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 속에 우리 성도들은 더욱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바탕하에 복음이 들어갈 여건이 되는 나라로 통일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누구보다 통일을 고대하던 작곡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김동진 작곡가(1913∼2009)다. 평양 출생인 그가 남한에서 활동하면서 작곡한 곡들을 살펴보면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김동진 작곡가의 부친 김화식 목사(1894∼1947)는 1907년 ‘평양 대부흥’의 주 무대이자 평양에서 가장 컸던 장대현교회의 마지막 담임목사다. 북한에 공산 정권이 들어서고 전쟁이 나자 가족과 친지들이 월남을 권유했다. 하지만 김화식 목사는 “양(羊)들을 두고서 떠날 순 없다”며 그대로 남아 순교했다고 한다. 그의 조부는 김찬성 목사다. 당시 알고 지냈던 길선주가 ‘야소교(예수교)에 미쳤다’고 생각했다가 도리어 감화를 받아 길선주는 평양신학교 1회, 김찬성은 2회 졸업생이 되어 한국 최초의 부흥사 길선주 목사의 후배가 됐다.

김찬성 목사는 만주 길림을 넘나들며 독립운동과 목회 활동을 했다. 그야말로 뿌리 깊은 믿음의 가문에서 태어난 김동진 작곡자는 신앙과 신(新)학문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물려받았다. 아버지가 목사였으므로 어려서부터 쉽게 서양음악을 접할 수 있었고, 숭실전문학교 진학 후에는 음악교수였던 말스베리(Dwight R. Malsbary)에게 바이올린, 피아노, 화성학, 작곡법을 배웠다. <봄이 오면>, <당달구>, <뱃노래>, <가고파> 등은 김동진 작곡가가 숭실전문학교 재학 중일 때 작곡한 곡이다.

숭실전문학교 졸업 후 일본 고등음악학교에 진학해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1938년 졸업했다.

1945년 우리나라가 일제에 해방되던 해, 평양으로 돌아와서 평양음악대학 교수가 됐지만 기독교 집안이라는 이유로 그의 가족은 감금됐고, 그의 음악 <가고파> 역시 불리지 못했다.

1950년 6.25사변이 나자 김동진은 서울로 남하했다. 6.25 당시에도 육군 종군(從軍)작가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군가 수십 곡을 작곡했고, 휴전 후에는 1952년 숙명여대 음악강사, 1953년 서라벌 예대 음악과 교수,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다. 서라벌 예술대학 재직 중 국방부 정훈국 주최 음악회에서 <조국찬가>를, 정부 수립 경축음악회에서는 <승리의 길>을 지휘했다. 또 영화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는데 김동진 가곡 중에 <진달래꽃>, <못 잊어>, <초혼>,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등은 영화 주제가로 널리 쓰였다.

그는 1979년부터 신창악연구회를 조직해 활동했다. 그가 창안한 ‘신창악’은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형식의 단순성·감상성 그리고 선율과 가사의 언어적 결합의 미비점을 극복하면서 판소리 창법을 서양음악 기법과 발성으로 노래할 수 있게 한 성악 음악이다. 대표곡으로 오페라 <심청전>, <춘향전>을 작곡했다.

김동진 작곡가는 한 작품을 오랜 기간에 걸쳐 작곡하는 편이었다. ‘신창악’의 완성이 거의 40년 걸렸고, 가곡 <가고파>는 1933년에 일부를 작곡하고 1973년에야 시 전체를 마저 작곡했다.

김동진의 작품 성향을 살펴보면 서정적이고 낭만과 희망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또 고향을 그리는 그리움이 선율에 짙게 배어 있고, 이은상 시인의 작품을 즐겨 사용했다. 현대음악, 조성 없는 무조 기피, 전통 화성학에 기초를 둔 민족주의 음악을 지향했다. 가곡에 자유시를 즐겨 쓰고 형식에 구애하지 않고 작품에는 조성 변화를 즐겨 사용했다.


■김동진의 작품
성악곡: 봄이 오면(1931), 발자국(1932), 당달구, 뱃노래, 가고파(1933), 파초(1934), 내 마음(1940), 수선화(1941), 신아리랑(1942), 부끄러움, 내 조국(1951), 명태(1954), 바다로 가자(1955), 진달래(1957), 저 구름 흘러가는 곳(1960), 목련화(1974), 한강(1998)
관현악곡: 만가(1942), 제례악(1943), 양산가(1943), 가야금협주곡(1959)
교성곡: 조국 찬가(1955), 승리의 길(1958), 조국(1958), 문화세계창조(1998)
오페라: 심청전(1978), 춘향전(1993)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5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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