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못생기고 흉터 난 얼굴’ 가진 베토벤
‘클래식과 친해지기’

등록날짜 [ 2018-11-14 14:20:54 ]

초상화는 멋진 아저씨 이미지지만
가난, 천한 신분, 못생겼다 이유로
번번이 퇴짜 실연의 슬픔 간직
 
이 땅의 육신은 볼품없을지라도
천국에선 모두 신령한 몸으로 부활
 
천국에서 흉터 가진 유일한 분은
말씀이 육신이 돼 이 땅에 오셔서
십자가에 달려 피 흘려 죽으신 예수
 
베토벤 초상화를 보면 뭔가 옹골찬 구석이 있고 멋진 아저씨 이미지다. 하지만 실상 그는 미남과 거리가 멀었다. 유년기와 청년기를 어렵게 지낸지라 볼품없었고 거친 태도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그가 태중에 있을 때 아버지는 매독 환자였고, 어머니는 당시엔 중병인 결핵 환자였다. 베토벤 위로 4남매가 있었지만,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모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거나 결핵균에 감염된 상태였다. 
그래도 힘겹게 살아낸 베토벤은 1797년 나이 26세에 발진티푸스에 걸렸다. 요즘은 그게 뭐냐고 하겠지만, ‘이’가 많이 서식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발진티푸스의 주된 감염 경로는 원인균인 리케차균을 보유한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이’에 물리거나, 보균자의 배설물이 먼지 중에 섞여 있다가 상처에 감염되는 것이다. 
베토벤은 이후 동맥에 손상을 입어 만성 고혈압에 시달렸고, 급기야 청력까지 잃었다. 이뿐 아니라 얼굴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았다. 얼굴 흉터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그토록 익숙하고 아름다운 피아노곡 ‘엘리제를 위하여’는 당시 베토벤의 피아노 교습생이자 백작 가문 귀부인인 ‘테레제’를 위한 곡이다. 베토벤은 테레제와 결혼하기를 소원했지만 가난하고 무엇보다 ‘못생기고 흉터 난 얼굴’을 이유로 여자 집안으로 부터 청혼을 거절당했다. 
그 후로도 실연(失戀)의 슬픔은 계속됐다. 피아노 소나타 최고 작품인 14번 월광(月光)을 헌정받은 ‘줄리에타’라는 여인에게서도 베토벤의 가난함, 천한 신분,‘못생김’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우리가 보아온 베토벤 초상화는 오늘날로 치면 지나친 포토샵 수정, 일명 ‘뽀샵’에 지나지 않는다.
뭐, 그래도 괜찮다. 천국만 가면…. 생명의 부활에 참여하는 이는 현재의 썩을 몸이 썩지 않을 몸으로 홀연히 변화하여 주님 영광의 광채에 걸맞은, 세상의 그 어떤 멋진 육신과도 비교되지 않을 부활체(復活體)로 주님과의 혼인잔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니까. 
지금은 장애가 있어도 영원(永遠)한 시간과 비교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점(點)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 곧 해와 달과 별의 영광이 다르고, 별과 별의 영광이 다른 만큼이나 각자 공력대로 빛나는 부활체로 영원히 산다. 그 때는 이지러진 것이나, 저는 것이나, 장애나, 그 어떤 흉터도 없을 것이므로 괜찮다.
언젠가 깊은 감동 중에 성령께서 깨닫게 해주셨는데, 공공장소에서 주체 못 할 통곡이 터져 나와 매우 난처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천국에 가면 수많은 아름다운 부활체 가운데 딱 한 사람 흉터를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신데 누구인 줄 아니? 그 손에 못자국과 그 옆구리에 창자국을 그대로 가지고 계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살과 피는 우리처럼 흙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영원 전부터 계시고 영원히 계시는 말씀으로 되셨기에 내 죄를 대신하신 고난의 흔적도 남아 있다. 썩을 몸이 썩지 아니할 몸을 입은 우리와 달리 처음부터 신령한 몸이신 주님은 고난받으신 후 부활하셔서 도마 앞에 나타나실 때도 못자국과 창자국을 만지게 하셨다. 그 영광의 광채 안에서도 그 흉터는 영원할 터인데, 예수 그리스도는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 되실 것을 처음부터 아시고도 그리하셨다. 
어찌 늘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베토벤을 천국에서 만나게 된다면, 얼굴 흉터 따윈 없을 테고, 필자도 지금처럼 쓸데없이 비만하진 않을 것이며, 휑한 머리숱도 달라져 있겠지만, 우리 주님의 흉터 앞에서 행여 면류관을 받더라도 어찌 감히 쓰고 있을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두 주님 앞에 벗어드리게 될 것이다(계4:10).


/ 박성진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상임단장
미래에셋대우 상무

위 글은 교회신문 <59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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