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헨델의 오라토리오 <여호수아>
헨델이 작곡한 ‘승리의 오라토리오’ 가운데 하나

등록날짜 [ 2019-01-30 16:47:58 ]

제목 그대로 구약 여호수아에 바탕
영국을 구하는 애국적인 노래 써
‘이방인’에서 일약 ‘국민 음악가’로


출애굽 이스라엘에 두 지도자 있었듯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공의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사진설명> 오라토리오 <여호수아> 중 ‘보아라, 정복의 영웅이 오는 모습을’ 영상. 헨델은 인생 말미에 오라토리오를 다수 작곡해 독일 출신의 이방인으로서 영국의 국민 음악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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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안을 정복한 위대한 지도자 여호수아(Joshua)는 에브라임 지파 눈(Nun)의 아들이며, 본명은 ‘구원’이라는 뜻인 호세아(Hoshea)다. 모세가 여호수아로 불렀는데, ‘여호수아’라는 이름은 히브리말로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는 뜻이다. 이것이 후에 ‘예수아’로 바뀌었고, 신약시대에 와서는 헬라식 이름인 ‘예수’로 불렀다.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 ‘예수’라는 이름은 ‘여호수아’와 같은 뜻이다. 가나안을 정복하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승리와 안식을 가져다준 여호수아는, 장차 사단의 권세를 깨뜨리고 우리에게 구원과 참된 안식의 축복을 가져다주실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이다.


오라토리오 <여호수아>의 배경
1745년 작곡가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1685~1759)은 뇌졸중 재발 증세를 보였다. 8년 전 오른손을 쓰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서 회복한 이래 두 번째였다. 헨델은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 그가 완성한 작품은 칸타타 서너 곡이 전부였다. 독일 출신 헨델이 작곡가이자 연주자, 흥행주로 영국 음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던 처지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두문불출하던 그를 음악계로 다시 불러낸 것은 영국의 다급한 정치 상황이었다. 1745년, 스튜어트 왕조의 복귀를 주장하며 스코틀랜드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가 반란군의 수중에 넘어갈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헨델은 ‘런던의 지원병들을 위하여’ 같은 애국적 노래를 썼고, 이를 계기 삼아 오라토리오 작곡에 돌입했다. 1747년 1월에는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를 발표했고, 이듬해 3월에는 <여호수아>와 <알렉산더 발루스>를 불과 2주 간격으로 초연했다.


이 오라토리오들은 성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이스라엘 민족의 승리를 노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학자 폴 헨리 랑은 “당시 헨델의 오라토리오들은 영국과 국교도를 위한 ‘명백한 정치적 선전’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작품 내용은 성경이지만, 그 속에는 영국 정부군의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의미였다. 당시 헨델의 작품들은 ‘승리의 오라토리오(Victory Oratorios)’라 부른다. <여호수아> 역시 ‘승리의 오라토리오’ 가운데 하나다.


이방인에서 영국의 국민 음악가로
오라토리오 <여호수아>는 제목 그대로 구약성서의 ‘여호수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받을 당시에 동행한 측근이었다. 모세가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에 숨을 거두자, 여호수아는 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다.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민족은 여리고의 벽을 허물고 가나안 지역의 이민족을 상대로 한 일련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출애굽기’가 인간이 지닌 믿음에 대해서 되묻고 있다면, ‘여호수아’는 믿음이 현실에서 구현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출애굽기’가 의심과 회의로 가득하다면, ‘여호수아서’는 확신과 희열이 넘친다. 내란 위기에 처한 영국을 바라보던 헨델이 ‘여호수아’를 오라토리오의 소재로 고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헨델 후기 음악의 핵심은 합창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거듭된 승리를 거두는 장면에서 합창은 하나님의 일하심의 숭고함과 극적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할렐루야’ 다음으로 유명한 헨델의 합창곡인 ‘보아라, 정복의 영웅이 오는 모습을’도 <여호수아>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헨델의 <여호수아>는 초연 직후에 재공연을 요청하는 공개편지가 쏟아질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흥행 성적도 무척 좋았다. 이처럼 헨델은 오라토리오를 통해서 독일 출신의 ‘이방인’이라는 질시와 논란을 잠재우고 영국의 ‘국민 음악가’로 당당히 대접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여호수아>는 헨델 자신의 승전가이기도 했다.


지도자를 위한 기도의 필요성
모세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40년 동안 광야 가운데서 이끌었다. 여호수아는 이를 이어받아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활약했다. 참으로 힘든 시기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위대한 두 지도자가 있었으므로 출애굽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나 훌륭한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교회는 정치가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지도자를 위해서 책임 책임감을 가지고 중보기도 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충성되며, 깨끗한 양심과 공의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 교회는 저녁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정치인들과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을 위한 제목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우리나라에도 여호수아와 같은 지도자가 준비되어 하나님의 뜻대로 나라가 경영되고 세워지기를.



/박은혜
연세중앙교회 오케스트라 바이올리니스트


위 글은 교회신문 <61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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