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움츠러드는 일본

등록날짜 [ 2011-05-11 13:54:23 ]

재난은 언제든 복구 가능해도
의식 변화는 되돌리기 어렵다

지난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곧이어 밀어닥친 지진해일은 엄청난 파괴를 동반한 대재앙이었지만 일본과 세계 각국의 전망은 피해 규모만큼 비관적이지 않았다. 일본 경제규모에 비해 피해는 크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으며, 역사적으로 되풀이하는 지진과 지진해일의 피해를 극복해온 일본인지라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피해 복구 과정이 침체한 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은 일본에 치명타를 안겼다. 방사능 재앙은 활력을 잃은 경제와 천문학적인 국가부채, 늙고 줄어드는 인구, 이번 원전 사태에서도 드러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지도력 부재 등, 부정적 현상들에 더해 일본인들을 더욱 암담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은 좀 더 근본적인 데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윌리엄 브룩스 교수는 일본 인구 변화에서 이를 찾고 있다.

현재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다. 브룩스 교수는, 평균수명 82.12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 인구 20%를 차지하는 일본은 앞으로도 초고령화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일본 출산율은 1995년 2.08이었다가 2009년 1.21로 급락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만약 현재 출산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1억 2700만 명인 일본 인구는 2050년 9500만 명으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해마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드는 반면,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노동력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해마다 0.6%씩 증가하는 데 반해 노동 인구는 0.5%씩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보장비용은 해마다 120억 달러씩 증가하고 있지만 이 비용을 댈 젊은이들이 감소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 젊은이들도 점점 더 안으로 움츠러들고 있다. 무엇보다 유학이나 사업 등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본인들의 숫자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 브룩스 교수의 설명이다. 2009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등록한 일본 학생들의 숫자는 지난 10년 동안 거의 절반에 가까운 40%가 떨어져 2만 7000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일본 미래에 대한 일본인들의 전망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Genron(언론) NPO(특정비영리활동법인)의 여론조사를 따르면 일본인 10.5%만이 미래에 국제적인 문제에서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9.3%만이 2050년에도 일본이 세계에서 3대 경제 대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보았다. 또 24.6%는 거의 영향력이 없는 중위권 국가로 지위가 떨어질 것으로 믿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인 콜럼비아대 휴 패트릭 교수는 지난 2월 워싱턴 아메리칸 대학이 주최한 일본 관련 세미나에서 지난해 일본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가를 물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대답이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인들이 경제성장의 달콤한 과실을 누리는 데 만족하며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현실에 체념하며 안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 이야기가 한국에는 남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일본만큼 부유해지기도 전에 일본보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감소, 급속한 인구 노령화로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겪는 문제점을 바로 알고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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