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등록날짜 [ 2011-05-24 14:34:13 ]

어느 분야에서든 실력 뛰어나면 언제든 ‘각광’
신앙으로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각광받기를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으로 시작하는, 1979년 서울 국제가요제에서 윤복희 씨가 불러 대상을 차지한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기억하는가? 한국 가스펠 역사상 가장 널리 알려진 이 곡이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는 가수가 부르면서 갑자기 화제가 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매주 실력 있는 가수 7명이 주어진 노래를 부르는 미션에 도전하여 경연을 벌이게 하고 일반인 500명으로 구성한 청중 평가단의 심사를 받아 순위를 매겨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기라성 같은 인기 가수들이 공중파 방송무대에서 명예를 걸고 실력으로 진검승부를 벌인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말도 안 되는 프로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실력파 가수들의 ‘광적 존재감’에 매료하고 있다.

이 프로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어느 분야에서든 실력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끊임없이 자기 실력을 성실히 가꾸는 자만이 인정받는다는 희망을 사람들은 이 프로를 통해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OO다’라는 이 프로그램의 패러디가 유행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지금 각자 자신의 직업을 그 빈칸에 넣고 한번 외쳐보라. 또 신앙인이라면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고 한번 외쳐 보라. 순간 꽤 난처한 질문들이 화살처럼 자신의 양심에 수북하게 꽂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는 OO다’라는 말을 처음 쓰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지도자로 부르실 때, 모세는 당신이 어떤 신이냐고 백성이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느냐고 하나님께 물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셨다(출3:13~15).
다신론 시대에서 나라나 민족마다 제각기 섬기는 신이 달라 무슨 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했다. 모세도 하나님께서 나는 ‘무슨 신’이라고 말해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함으로써, 이방신과는 달리 하나님은 어떤 것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절대자이심을 일러주신 것이다.
이스라엘이 출애굽하여 광야에서 보낸 40년은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게 하여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하는 훈련의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민족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하나님의 나라가 됐다.

지금 이 시대도 기독교가 살아계신 하나님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정체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는 말은, 요즘 말로 해석하면 예수 믿는 일에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초대교회 시절, 핍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신앙을 지키며 복음을 전하면서 항상 예수를 나타낸 이들이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신앙양심을 가지고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더 나아가 “나는 집사다” “나는 장로다” “나는 권사다” 라고 자신 있게 외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무리 불러도 영생 없는 노래를 ‘나는 가수다’라는 자부심 하나로 목숨 걸고 부르는 가수들의 모습 앞에 우리 모습은 몹시 부끄럽기만 하다.

신앙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며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신을 가다듬어 가면서 이 세상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담대히 외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가는 ‘믿음의 장인(匠人)’이 너무도 그리운 때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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