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재벌 개혁 논쟁을 보면서

등록날짜 [ 2011-07-12 13:01:49 ]

급속한 성장으로 불균형 요소 많아
상생과 공존의 정신이 필요할 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벌 개혁과 소외 계층 배려를 위한 정책 전환의 필요성이 적극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재계가 충돌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적으로 반값 등록금, 무상 급식 등 복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친기업적 정서로 일관하던 집권 여당 내부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일례로 한나라당 정 모 전 최고위원이 현 정부가 재벌에 너무 휘둘린다고 비판하고 재벌 개혁 없이는 선진화가 불가능하다는 보도 자료를 내자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이 이에 동조했다고 한다.

물론 일각의 반박처럼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의도적인 정치적 행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논쟁이 불거지는 것은 그간 경제 성장의 과실이 너무 대기업에 치우치면서 양극화에 따르는 경제적 고통과 불만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자산총액이 무려 54.2%나 증가했고 지난해 우리 경제 성장률도 6.1%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물가불안과 실업률이 증가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후퇴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과거 독일처럼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성공적인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로 떠올랐지만, 실제로는 부자와 빈민 간의 격차가 심하고 내수 경제가 불균형적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경제지표가 호전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가고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상생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하지만, 오히려 재계가 이런 제안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몰아붙이고 강도 높게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재벌 개혁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경제 성장률을 키우기 위한 정책의 가장 큰 덕을 본 것이 대기업들이고, 이들을 위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많은 희생을 감수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가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환율, 감세 정책, 규제완화 등으로 재벌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해서 대기업들의 덩치와 수익만 엄청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 정책의 결과가 장차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폐해를 일으켜서 국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성과가 과도하게 대기업에 집중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희생되고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내수 시장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이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기반을 허물 수 있다. 내수 경제 기반을 탄탄하게 갖춰놓지 않으면 지난 1997년과 2003년에 겪은 경제위기를 반복할 위험이 있고, 장기적인 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제 동반성장과 상생을 도모하는 새로운 발상 전환이 단순히 도덕적 요구나 정치적 논쟁을 넘어 한국 경제의 장기적 생존과 국민화합을 위해서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사회 빈곤층 확대, 자영업자들의 계속되는 도산 등이 가져올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되 경제인들도 자신들 몫만 키울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살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태인들은 항상 남는 물건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제다카’라는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수많은 박해 속에서도 유태인 공동체를 오늘날까지 지탱한 원동력의 하나다. 유태인들은 가난한 동족을 돌보고 손님처럼 대접하라는 율법 전통(레25:35)에 충실한데 이것이 모두가 사는 지혜임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24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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