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지진과 허리케인

등록날짜 [ 2011-09-07 11:02:52 ]

최근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연재해 발생
인간의 무능함과 세월 무상 새삼 느껴

O...지난 8월 23일 오후 1시 50분쯤, 책을 읽고 있는데 느닷없이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1, 2초 사이에 집 전체가 부르르 떨듯 흔들리면서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이런 종류의 무서움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밖으로 뛰어나와 보니 동네 사람들도 겁을 먹고 모두 뛰쳐나왔다. 지진이었다.

미 지질조사국 발표로는 규모 5.8, 진앙은 버지니아 주도인 리치먼드에서 북서쪽으로 6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워싱턴 D.C.를 비롯해 동부해안에서 이렇게 강력한 지진은 역사상 아주 드문 일로 1897년 규모 5.9짜리 지진이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지진 전문가는 이번 지진이 닭 부리에 이빨이 나는 것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 지진으로 워싱턴 명물인 높이 170미터짜리 세계 최고 오벨리스크인 워싱턴 기념탑 꼭대기 부분에 금이 가서 폐쇄됐고 관광이 중단됐다. 이밖에도 많은 건물이 손상을 입고 긴급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O...“지체하지 마세요. 대단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허리케인 예상 경로에 있다면 지금 경고를 들어야 합니다.”
지진 발생 일주일도 안 돼 이번엔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린이 닥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중단하고 급거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코네티컷, 매사추세츠주까지 6개 주에 긴급재난지역이 선포됐고 230만 명에 대해 강제대피명령이 내렸다.

항공기 수백 편의 운항이 취소됐으며 뉴욕시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시스템을 폐쇄했다. 세이프웨이와 H-마트, 자이언트 등 대형마트에는 비상식량을 사 나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ABC와 CNN, FOX 뉴스 등 거의 모든 방송은 허리케인이 지나가는 동안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하루 종일 재난 방송에 매진했다. 뉴욕 타임스는 허리케인 아이린이 70억 달러 피해를 줘 미 역사상 가장 값비싼 자연재해 10개 중 하나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O...6500만 명이 몰려 사는 동부 해안 인구 밀집지역에 며칠 간격으로 닥친 역사상 드문 강진과 수십 년 만의 최악 허리케인은 지난달 가까스로 국가부도 위기를 넘긴 미국을 다시 어수선하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재정형편에 복구비용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연방정부가 할 일은 복구에 쓸 예금이나 기금이 어디 있는지 잘 찾아보는 것이라는 자조와 푸념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거기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허리케인 피해복구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운 빠지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O...“하나님이 정치인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이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진도 왔고 허리케인도 왔습니다.”
2012년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선 미네소타 여성 하원의원인 미셸 바크만(Michele Bachmann)은 이 말로 유력 후보에서 밀려난 분위기다. 오바마 정부의 방만한 정부 운영을 비판하기 위해 한 발언이었는데 이 발언이 미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굳이 하나님의 경고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번 지진과 허리케인의 성격과 닥친 지역, 시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보통 자연재해로 치부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100~200년 만의 지진으로 백악관이 크게 흔들렸고 유럽대륙만큼이나 큰 허리케인이 동부해안을 타고 올라가면서 정치 중심지 워싱턴과 경제 중심지 뉴욕, 학문 중심지 보스턴이 피해를 보았다.

8월 초순 재정 위기를 힘겹게 넘긴 후 하순에 미국 중심도시들에 닥친 지진과 허리케인은 미국이 심상치 않은 고비를 맞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위 글은 교회신문 <25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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