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사회 안정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등록날짜 [ 2012-12-18 10:02:19 ]

경기침체 잦아지면서 불완전 고용 해소 안 돼
밝은 미래 창출을 위해 상생하는 방법 찾아야

18대 대선이 다가오면서 사람들 관심은 누가 새 대통령이 될 것인지에 쏠리지만, 정작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해묵은 갈등은 정치적 해결의 출로를 찾지 못한 채 또 한 해를 넘길 것 같다. 그들 가운데 서민 현실에 가장 절실히 와 닿는 문제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노동문제, 특히 고용안정과 불평등 구조의 해소일 것이다.

올해 3월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불평등 구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불평등 격차가 큰 것은 기업 간, 산업 간 격차나 성별 격차보다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정규직과 임금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2012년 3월 기준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 비정규직 비율이 대략 48%정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남자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남자 비정규직 임금이 54.2, 여자 비정규직 임금이 39.6으로 격차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이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쉽게 말해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대략 절반은 동료의 절반 정도 급여를 받고 그림자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어떤 자동차 회사는 같은 작업장에서 명찰 색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는데 일은 같지만 대우는 하늘과 땅이라 한다.

문제는 1998년 IMF구제금융 사태 이후 평생고용 신화가 사라지고 경기침체가 잦아지면서 인턴, 계약직, 임시직 형태의 다양한 불완전 고용이 점차 구조화되는 것이다. 기업 못지않게 대학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한데 흔히 보따리 장사로 불리는 ‘시간강사’나 청소와 경비용역 같은 이들의 열악한 처우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나 역시도 최근에야 법적 지위가 바뀌었지만 사실 비정규직이 겪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니라 일터에서 겪는 자괴감과 좌절, 정규직 동료에게 느끼는 패배감 같은 것이 더 크다. 같은 직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더 많이 노동하면서도 정작 정규직 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음은 물론, 해마다 재고용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등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능력도 있고, 성실하다고 자부하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자괴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정신장애를 겪는 사례도 많다. 필자 주변에서도 개인적으로 잘 아는 몇 분이 그런 식으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는데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고용불평등 문제는 개인의 고통을 떠나 사회적 위화감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고, 경제의 선순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불가피한 현상이고 경쟁이 최고의 효율성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불안정성이 커지면 생산력 저하와 내수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생산성만 보더라도 안정적으로 고용된 직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과 임시직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보이는 일의 열정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서울시에서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시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 28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하자 다른 지자체도 비슷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엄밀한 실태 조사를 봐야겠지만 실제 그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재정적 부담보다는 오히려 효율성이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평등정책이 아니라 사회구조를 개선하여 상생하려고 하는 적은 노력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지킨 레위기 25장 ‘희년’의 여러 풍습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하나님이 직접 내리신 지침이었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1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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