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교회에 안 나가는 그리스도인

등록날짜 [ 2013-05-21 10:38:00 ]

멋대로 사는 일명 ‘가나안’ 성도는 천국행 어려워
교회 한 지체가 되어 애써 힘쓰는 것이 신앙생활


‘가나안 성도’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나안’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다. 즉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도 교회는 ‘안 나가’는 사람들이다.

좋게 표현하면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은 확고하지만 어느 한 교회에 정착하지 않고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찾아다닌 것처럼 ‘새로운’ 교회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가나안 성도’다. 가나안 성도 수는 대략 전체 기독교인 중 10%로 추정된다.

교회를 잘 다니던 이들이 소속 없는 가나안 성도가 된 이유를 보면 30%가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회를 떠난 이유가 기독교 그 자체에 회의를 느끼거나, 교인에게 받은 상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신앙관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언제든지 교회에 정착할 수 있는 잠재적 성도이기도 하다.

가나안 성도는 신앙생활에 이런저런 강요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선택한 자들이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마음에 맞는 설교를 접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다.

가나안 성도는 채워지지 않는 신앙의 갈급함, 교회생활의 부적응 때문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영혼임에는 분명하지만 목자 없는 양을 노리는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에게 포교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아무쪼록 영적 방황을 끝내고 교회에 정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 당시에도 예수님과 멀리 떨어져서 따르던 ‘허다한 무리’가 있었다. 가나안 성도는 이런 허다한 무리라 할 수 있다. 카일 아이들먼 목사의 저서 『팬인가 제자인가』에 나오는 ‘팬(fan)’의 개념도 이 ‘허다한 무리’에 속한다. 아이들먼 목사는 팬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팬은 관람석에 앉아서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사람이다. 팬은 선수들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이 최근 기록을 줄줄이 꿰고 있으며 선수가 사인한 셔츠를 벽에 걸어 두고 자동차 뒤에 갖가지 범퍼스티커를 붙인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다. 게다가 응원하는 팀이 자꾸만 패하면 다른 팀으로 옮겨 가기도 한다. 요즘 예수님 주변에도 팬이 많다. 팬은 일이 잘 풀릴 때는 예수님을 응원하지만 반대 상황에 이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등을 돌린다. 팬은 안전한 관람석에 앉아 응원만 할 줄 알지 경기에 따르는 희생과 고통은 조금도 모른다. 예수님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그분을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는 자와 같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관계 중에 스타와 팬의 관계는 없다. 그런데도 미국 많은 교회가 성전에서 스타디움으로 변질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매주 팬들이 스타디움으로 우르르 몰려와 예수님을 응원하지만 그분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늘날 교회에서 가장 큰 문젯거리는 스스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리스도를 따를 생각이 추호도 없는 팬들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오늘날 예수의 제자가 사라지고 허다한 예수의 팬만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쉽게 구원받을 수 있다고 복음을 오해하기 때문이 아닐까? 예수를 믿은 후의 신앙생활을 마치 자동조종장치가 장착된 천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쯤으로 알고 일단 타기만 하면 뒷좌석에 편안히 앉아서 가는 곳이 천국인 줄 착각한다는 말이다.

신앙생활에 자동조종장치 같은 것은 없다. 내가 직접 손발 걷어붙이고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지체가 되어 힘쓰고 애쓰는 ‘행하는 믿음’을 지속하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하나님 말씀만 기준 삼고 믿음으로 내가 받은 구원을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이 길이 두렵다면 가나안 땅을 눈앞에 두고 한 발짝도 들어서지 못했던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천국 입성에 실패하고 말 것이다.


/장항진 목사
출판국장

위 글은 교회신문 <33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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