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시험에 든 한국 외교

등록날짜 [ 2013-10-29 10:36:11 ]

미국은 동북아 안보 상당 부분 일본에 떠넘기려
한국 신(新)냉전의 위기 앞에 생존 전략 잘 짜야

올해 말 미국은 최첨단 정찰기인 P-8 포세이돈 차세대 초계기를 일본에 배치한다. 또 내년 1월에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도 일본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고, 교토에는 탄도미사일 레이더가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 10월 3일 미.일 안보협력 합의에 따라 미국이 일본에 배치하기로 한 첨단무기들이다. 미국이 이렇게 첨단무기를 대거 해외에 배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일본은 오키나와 미 해병기지를 괌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 86억 달러 중 31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의 지원 아래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길을 착착 걷고 있다. 아베 정부는 11년 만에 국방예산을 2.9% 증액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GDP 1% 이상으로 국방비를 더 증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일 관계가 급속도로 밀착되고 있는 배경에는 재정위기와 중동정세 악화로 힘이 부친 미국이 동북아의 지역 안보 상당 부분을 일본에 떠넘기려 하는 전략이 있다. 미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과 ‘재균형(Rebalancing)’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아시아에서 일본의 재무장을 통한 역할 분담이다. 물론 역할을 분담하려는 목표는 결국 중국 봉쇄다.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미국과 일본이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중국은 “미.일 군사동맹이 위험한 길로 가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또 중국은 거의 해마다 국방예산을 늘리며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며 맞서고 있고, 일본과는 영토분쟁으로 치달으면서 중.일 간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新)냉전의 막이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냉전시절 소련-중국-북한을 축으로 한 ‘북방 삼각’과 미국-한국-일본을 축으로 한 ‘남방 삼각’과 유사하게 중국-러시아-북한 대 미국-일본-한국의 신 냉전 구도가 형성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문제는 한국이 처한 딜레마다. 올해가 한미동맹 60주년이지만 한.미 간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전시작전 통제권 전환 재연기와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미국과 온도차를 보이며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MD) 참여 문제는 한국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MD 구축 명분으로 북한의 위협을 들지만 중국은 미국의 MD 배치가 완료되면 자국 핵전력이 무력화되고 대만과의 통일이 요원해지는 것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될 경우 미국의 봉쇄전략에 예민해 있는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전체 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제1 교역국이자 북핵 문제에 지렛대를 가진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중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움직이기 위해 북한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의 MD 참여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동북아는 미.중.일 간 패권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한.미.일 공조는 일본의 과거사 불인정과 독도 도발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미.중 혹은 중.일 간 무력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한국은 중립을 지키기도 어렵다. 강대국 패권다툼에 희생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신냉전의 위기 앞에서 동북아에서 생존하기 위한 대전략을 시급히 짜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국제부 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35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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