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보도 중요

등록날짜 [ 2014-05-13 10:35:14 ]

어처구니없는 재난과 실수 반복하지 않으려면
근본부터 바로잡는 법령과 제도가 절대 필요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 사건발생 후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실종자와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수색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 때문에 국민의 마음에는 이미 숨진 이들에 대한 애끓는 애도와 미안함, 혹시 기적적으로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절박하게 기도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여러 원인과 대책이 얘기되고 있지만 국민의 마음에는 정부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 그리고 쉽게 치유되지 않을 상처가 남아 있다. 불신과 좌절의 이면에는 비슷한 재앙이 또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불안함과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배신감이 깔려 있다.

여하튼 시간이 지나면 사건의 충격은 조금씩 줄어들겠지만 국민 전체가 마치 자신이 그런 일을 겪은 것처럼 느끼는 집단 트라우마는 쉬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정신과 의사는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6.25사변과 같은 상흔을 남길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번에 나타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제도 보완과 법령 정비,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보 개념을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안보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 의미의 국가안보만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철저하게 재난을 예방하고 위기에 대처하면서 국민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우리 문화에 정착해야 하겠다.

인간안보는 1994년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이 제시한 것으로 냉전 이후 변화한 시대에 발맞추어 사람의 생명 보호와 인권을 최우선시하면서 점증하는 여러 국지적 위험에 적극 대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군사적 위협만이 아니라 내전, 환경위기, 테러, 각종 범죄 등으로부터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국가 과업이 되고 있다.

미증유의 동족상잔 비극인 6.25사변의 참상을 겪고 여전히 남과 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에서 안보는 여전히 체제 수호와 직결되는 절대 과제다. 정치적으로도 개혁 성향의 진보집단이나 자유주의보다 보수가 더 지지를 받고 국민 정서에 안정 희구적인 경향에 손을 들어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정권이 계속 집권하고 국가안보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 정작 국민의 생명과 행복권 보장보다는 안보를 위한 안보, 체제와 정권의 존립을 위한 안보가 더 강조된 측면이 없지 않다. 국가가 존속하는 이유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인데 본말이 전도되어 국가 보전을 위해서 국민의 희생쯤이야 감수할 수 있다는 식의 위험한 발상이 안보지상주의 속에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재난구호나 위기관리는 청와대 소관이 아니라고 발뺌하면서 책임을 회피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태도는 이러한 편협한 안보관과 권부 엘리트의 부도덕성을 잘 보여 준다. 과연 이런 공직자들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헌신할 수 있으며 그런 능력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일찍이 맹자는 정치에서 첫째는 백성이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임금은 가장 가볍다고 말한 바 있다. 오늘날 의미로 해석하면 국민이 제일 중요하고, 영토가 그다음이며, 주권은 오히려 제일 마지막 순위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지금도 매 순간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과 재난에서 국민을 지키고 보호하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나라가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그런 나라를 위해 절대 희생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안보의 중심과 목적은 인간이다.


/김 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38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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