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한일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일정책이 필요한 시점

등록날짜 [ 2015-06-16 14:47:21 ]

오는 6월 22일은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일 양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20년 동안 외교관계가 없었다가 미국의 압박과 중재로 1965년 수교했다.

 

당시 세계는 냉전 체제였고 한.일은 미국과 맺은 동맹을 기반으로 강력한 반공연대를 형성했다. 북한-소련-중공의 북방 삼각에 맞선 한국-미국-일본의 남방 삼각이 그것이다. 이후 냉전 체제가 해체되면서 한일관계는 또 한 번 변화를 겪었다.

 

구 소련 붕괴로 냉전이 끝나면서 반공 결속력이 약화됐고 한.일 간에는 역사와 영토 문제가 부상했다. 그 사이 한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고 민주화를 이뤄냈다. 일본은 전후 50주년 고노 담화와 60주년 고이즈미 담화를 냈고 또 무랴야마 담화를 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한.일 양국은 갈등을 잘 봉합해 나갔다. 여기에는 한국의 요구를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하려는 분위기가 일본 정치권 내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일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0년을 전후로 한일관계는 또 한 번 변화를 겪는다.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이전과는 다른 구조적이고 질적인 안보환경의 변화다. 아시아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일본은 중국에 밀려났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경제적 수직관계였던 한국과도 수평적 관계로 바뀌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려는 여유가 없어졌다.

 

식민 지배와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흐름이 세졌고 한국과 일본에는 반일과 혐한이 넘쳐났다. 이런 흐름 속에 집권한 아베 정권은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헌법 9조의 족쇄를 풀고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탈바꿈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했고 전에는 없던 ‘무력 사용 조항’을 넣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북한이 미군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북한 기지를 공격할 수 있으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는 상황이 이론상 가능하다고까지 했다.

 

일본은 8월 15일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준비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사죄와 반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아베 총리는 이미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를 언급하지 않았다.

 

또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과거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거듭된 메시지에도 아베는 과거 무라야마 담화나 고이즈미 담화와 거리를 두고 있다.

 

현재로선 한일관계를 푸는 묘약은 없는 듯하다. 한일 정상회담은 현재로선 기대 난망이다. 한국에 양보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커지고 있고 한국 역시 일본에 양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일관계를 푸는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본 역시 다원적 시민사회이며 양식 있는 지식인과 시민들이 존재한다. 일본의 헌법학자 166명은 지난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집단자위권의 법제화는 헌법 9조 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또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의 국회 처리 시도에 대해서도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을 한 묶음으로 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문제를 풀기 어려워진다. 정부 차원의 압박이 아베 정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리라는 생각은 무리다. 일본 내 양식 있는 지식인과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일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3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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