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우려되는 여성혐오 현상

등록날짜 [ 2015-09-08 14:58:18 ]

남성과 여성은 서로 협력하는 대등한 존재이니

여성혐오가 사회 전체를 위협하기 전에 막아야

 

 

‘삼일한’, ‘성괴’, ‘아몰랑’, ‘김치녀’ 같은 단어를 들어 본 적 있는가? 이 용어들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여성혐오 용어의 일부다. ‘삼일한’은 삼 일에 한 번 여자를 패야 한다는 뜻이며 ‘성괴’는 성형 수술한 괴물, ‘아몰랑’은 ‘아 몰라’에 ‘ㅇ’을 붙여 애교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토론하다 자신이 없으면 회피하는 무개념녀를 지칭한다. ‘김치녀’는 허영심 많고 남자에게 기대기만 하는 일부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여성 성기의 속어로 여성을 싸잡아 지칭하는 못된 용어도 많다. 이 용어들은 원래 ‘일베’같은 극우 사이트에서 통용하던 것인데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널리 쓰고 있다. 이러한 용어 확산이 단순히 재미나 풍자가 아니라 점점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 정서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김치녀’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다는 남성이 100%였다. 또 이 말을 써 보지는 않았지만 동의한다는 사람은 무려 61.5%, 실생활에서 ‘김치녀’라는 단어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4명 중 1명꼴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여하튼 여성혐오 현상이 확산되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적 가부장제가 붕괴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상대적으로 경제위기로 안정적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성혐오 현상도 커지도 있다.

 

최근에는 아기를 키우는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엄마를 뜻하는 ‘맘(mom)’에 벌레를 칭하는 ‘충(蟲)’을 붙인 경멸적 표현이다. 일부 엄마들이 음식점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란을 피워도 혼내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을 모든 엄마가 그러는 것처럼 싸잡아 이르는 말이다.

 

왜 이렇게 우리 사회가 황폐화되고, 나날이 여성혐오 현상이 증가할까? 단순히 사회 적응에 실패한 일부 남성들 탓으로 돌리기에는 그것이 너무 만연하다. 여성혐오 현상은 공무원이나 공채시험에서 군필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군가산점제도가 폐지되고 공교롭게 각종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늘어나면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을 남성 역차별이나 제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우대를 받거나 남성이 제도적 불평등에 희생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이 무너지고, 공동체적 가치나 관계보다 개인의 이해타산을 더 중시하는 이기주의 문화가 뿌리를 내리는 사회 분위기 변화가 큰 원인이다.

 

과거에는 남성이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분담하면서 남성이 돈을 쓰고 여성을 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살기가 힘들어지고 개인을 더 중요시하면서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또 경제위기가 심화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로 인해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 힘든 것도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혐오 현상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기 힘들며, 더구나 그것이 무차별적으로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위험한 범죄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 위기가 발생하면 그것을 특정집단이나 개인에게 전가하는 희생양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누구 탓을 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희생양 현상은 폭력을 확산하며 사회 전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

 

여자를 남자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로 생각하는 것(창2:23)은 창조의 원리이기도 하다. 여성혐오 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노인혐오, 외국인혐오 등으로 옮겨 갈 수 있다. 불합리하고 광기 서린 여성혐오 현상을 우리 사회에서 즉각 물리쳐야 한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45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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