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시리아 난민 현상과 65년 전 우리

등록날짜 [ 2015-09-29 23:51:24 ]

65년 전인 1950년 9월 23일, 인천 상륙 작전으로 전세(戰勢)를 뒤집고 서울 탈환작전을 지휘하던 더글러스 맥아더 극동사령관이 미국 합동참모본부에 이런 전문(電文)을 보낸다.

 

“서울의 안보가 충분히 회복되는 대로 이승만 대통령과 그의 각료, 국회 지도부, 유엔 한국위원단을 서울에 입성하게 할 계획입니다.”

 

최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연합뉴스에 공개한 자료를 따르면, 맥아더 사령관은 북한군에게 빼앗겼던 서울을 되찾은 다음 서울의 질서를 회복할 자신의 구상을 이같이 밝혔다. 당시 맥아더 사령관은 “연합군의 서울 입성은 대한민국 정부의 헌법적 지위를 복원해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이승만 정부가 유엔과 미국이 정통성을 인정한 대한민국의 유일한 정부라는 점을 상기하게 하고 맥아더 사령관이 이승만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점도 반영한 것이다.

 

맥아더 사령관은 1950년 9월 29일 중앙청에서 열린 서울 수복 행사에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 입장해 “유엔군을 대표해 이승만 대통령에게 원래의 자리를 돌려줄 수 있게 돼 기쁘기 그지없다”며, “하나님께서 이승만 대통령과 모든 공직자에게 관용과 정의로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갈 지혜와 힘을 주시길 기원한다”고 연설했고, 주기도문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는 2013년 미국 버지니아 군사학교 마셜도서관에서 입수한 서울 수복 행사 사진을 공개하고 맥아더 사령관이 미 합참에 보낸 전문도 함께 공개했다.

 

이러한 역사의 현장을 되돌아보면, 북괴의 6.25 기습 남침으로 빼앗겼던 자유민주주의를 되찾은 우리 민족의 기쁨을 엿볼 수 있다. 만약 그런 기쁨의 순간을 갖지 못하고 적화통일이 되어 버렸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대참사가 벌어져 우리 민족 대부분이 난민이 되어 한반도를 떠나야 했을 것이다.

 

65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IS)의 위협을 피해 조국을 떠나 유럽 각지에 입국허가를 받으려고 목숨을 걸고 국경선을 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자 국가별 분산 수용안에 합의하고 나라별로 시리아 난민을 수십만 명씩 분산해 수용하고 있다.

 

그중에는 경제적 취약성으로 국경선에 군대를 배치해 난민의 입국을 저지하거나 수용을 꺼리는 나라도 있고, 유럽의 진입로에 있어 이들을 통과만 하도록 하는 나라도 있다. 유럽 각국에서 시리아 난민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국면이 다양하게 전환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동시에 국적국(國籍國) 밖에 있는 자,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받길 원하지 아니하는 자”로 정의한다.

 

지금 유럽연합은 이들을 난민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불법 이민자로 보고 추방할 것인지를 두고 끊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난민이 발생하는 현상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난민은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생겨난다. 민족과 국가 간에 벌이는 전쟁, 국가가 멸망하고 생성되는 시류에 따라 전 세계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그들의 머나먼 이주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다.

 

지금과 같이 발전한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 민족도 6.25사변으로 수많은 피난민이 발생한 것이 불과 60여 년 전 일이다. 조국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전쟁과 폭압을 피해 정처 없이 고향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이 어떠할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유럽 각국에서 벌어지는 구호의 손길과 입국 반대 흐름의 엇갈린 양상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북한의 공산독재 정권이 붕괴하며 발생할 수도 있는 북한 주민의 난민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지혜를 미리 모으는 일이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하다고 본다. 미리 대비하지 않다가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허둥지둥 만드는 대책이란 대부분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 민족은 가장 현명한 선택으로 한반도의 혼란이 아니라 자유민주적인 평화가 정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승호 안수집사

국방부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4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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