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美-中 난사군도 분쟁과 한국의 외교전략

등록날짜 [ 2015-11-03 23:22:30 ]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에 있는 암초들을 메워 인공섬을 만들고 있다. 면적이 무려 축구장 1500개 넓이에 달한다. 난사군도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사이에 있는 작은 섬들인데, 중국이 인공섬 조성을 끝내고 나면 주변 영유권을 주장한 뒤, 석유 시추는 물론 이 해역을 통과하는 해상 물동량을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의 사이버 테러, 인권 탄압, 환율조작에도 불만이 쌓인 터라 중국이 남중국해 해상권을 거머쥐려는 처사에 강력히 대응했다. 지난 10월 27일 미국은 항해할 자유가 있다며 난사군도 주변에 함정(艦艇)을 파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 군함을 보내 이를 바짝 뒤쫓게 해 사실상 ‘추격전’을 펼쳤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국면이 조성됐다.

 

중국이 난사군도에 이렇게 신경 쓰는 목적은, 중국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주장하다 미·일 연합 대응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난사군도를 교두보 삼아 해상권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정학적으로 난사군도는 중국이 해상 패권국가로 다시 굴기(屈起, 일어나 섬)할 수 있는 요충 해역이다. 이 해역을 중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데다, 힘의 우열이 확연해 동남아 주변국의 반발에도 끄떡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남중국해는 명나라 시기에도 해상 대원정을 나서는 주요 관문이었다. 1400년대 초부터 28년간 명나라 함대 수천 척이 해양을 호령했는데, 그 범위가 동남아, 인도, 중동,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중국 사상 초유의 대원정이었다.

 

콜럼버스에 앞서 신대륙을 항해했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지만, 명나라는 당시 명에 도전하던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대국의 위세를 과시해 중화와 변방이라는 국제질서를 재확인코자 했다. 그러나 무적함대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명 황제인 영락제 뒤를 이은 홍희제가 바다 원정을 국력 낭비로 보고 중단해 버린 것이다.

 

무수한 세월이 지난 후, 중국이 주변국과 영유권 마찰을 벌이는 것은 물론 미국과 심각한 갈등을 촉발하면서까지 해양팽창 전략을 남중국해로 선회한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과거의 향수가 불러온 대국의 위용을 뽐내고 군사·경제 강국의 위상에서 비롯된 패권욕의 분출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해양팽창 전략을 고수해 미·중 간 무력 충돌이 우려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의 개입에 강력한 무력 대응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 해군력이 미국을 따라오려면 30년은 더 걸리기에 직접 맞붙는다면 미국에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명·청 전성시대를 찬양하는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매년 국방비를 증액해 2020년까지 항공모함 3척을 보유하겠다고 정했고, 최근 전승절 행사에서도 한층 강해진 군사력을 과시했듯이, 한때 누리던 해양강국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대한민국도 남중국해 상황을 먼 나라 얘기로만 치부하기 곤란한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박 대통령과 진행한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과 협력관계를 축으로 하는 우리의 균형외교 기조를 감안할 때,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신중하고 현명한 외교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정치, 경제, 외교 여러 면에서 중국은 빅 스테이크홀더(Stakeholder, 이해당사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중국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대한민국은 중국과 한해 300조 원에 달하는 교역을 맺고 있으며, 중국이 주장하는 이어도(제주도 남서쪽 해상에 위치) 관할권 문제를 포함한 복잡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져서야 되겠는가. 우리의 안보와 경제 동반자인 미국과 변함없는 의리와 동맹을 바탕으로 하되, 균형외교를 이끌어 낼 고도의 외교역량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강대국의 눈치에서 벗어날 근본적인 방책이 절실하지만 아직은 균형외교에 신경 쓸 때다.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그가 쓴 책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에서 “미·중의 한반도 정책 결정에 한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한 주체로 자리매김하도록) 자주적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누구도 자국의 이해를 넘어 한국의 이해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심명 집사

제27남전도회

국회 상임위원회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45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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