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김정은과 수소폭탄

등록날짜 [ 2015-12-15 22:27:30 ]

핵무기는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이 대표적이다. 원자폭탄에는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이 있다. 우라늄탄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를 90% 이상 농축해 핵분열이 순식간에 일어나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만든 것이다.

 

방송과 신문에 북한과 관련해 귀가 따갑게 언급되는 고농축 우라늄(HEU)이다. 우라늄-235는 자연상태에서 0.7% 존재한다고 한다. 그만큼 미량이다. 이 때문에 우라늄-235를 농축하려면 최첨단 원심분리기가 있어야 한다.

 

원심분리기 수천 기를 1년간 쉬지 않고 돌려야 고농축 우라늄을 겨우 몇 kg 얻을 수 있다. 1초라도 멈추면 모든 과정은 헛수고가 된다.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를 들여와 개량한 뒤 영변과 그 밖의 비밀장소에서 대규모 원심분리 시설을 운용한다고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우라늄-235를 2~5%, 나머지는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 우라늄-238과 혼합해 연료봉을 만든 뒤, 핵분열이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일어나도록 해 에너지를 얻는다. 고농축 우라늄에 대비되는 이른바 저농축 우라늄(LEU)이다. 이 과정에서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미량의 플루토늄이 만들어진다.

 

이때 다 사용한 연료봉, 즉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따라서 플루토늄은 자연에는 없는 인공 핵분열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대규모 재처리 시설이 필요하다. 북한은 영변의 방사화학 실험실에서 플루토늄 추출작업을 진행했고 이 시설에 대한 사찰을 끝까지 거부했다. 1차 북핵 위기는 바로 플루토늄 핵폭탄에 관한 것이었다.

 

원자폭탄의 원리가 핵분열이라면 수소폭탄은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태양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태양 중심은 30억 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과 1600만 도의 고온에서 수소가 중성자를 흡수해 헬륨으로 변하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기압이 낮아 태양 내부보다 더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수소폭탄은 기폭제로 원자폭탄을 이용한다. 수소폭탄은 내부에서 원자폭탄이 먼저 폭발한 뒤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도록 한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보다 발전된 형태로 파괴력이 더 크고 치명적이라고 알려졌다.

 

미국은 1945년 7월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핵분열탄) 개발에 성공해 한 달 뒤인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다. 수소폭탄은 7년 뒤인 1952년 11월 개발에 성공했다. 최초의 수소폭탄은 위력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660배나 되었다. 구소련은 1949년 8월 원자폭탄을 만든 뒤 1961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 구소련의 수소폭탄은 위력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무려 3300배나 되었다.

 

북한은 5년 전인 2010년 5월 12일 노동신문에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했다. 수소 원자를 융합하려면 원자폭탄을 폭발시키는 방법밖에 없고 실험실에서 핵융합 반응에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원자폭탄도 완성하지 못한 북한이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주장은 뚱딴지 같은 이야기였다. 이번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면 3차 핵실험밖에 없었는데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핵실험이 아닌 실험실 핵융합은 미국과 유럽, 일본, 우리나라 등 선진국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앞으로 50년 후에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 때문에 북한의 주장은 이번에도 터무니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북한이 수소폭탄 개발을 위한 원료 물질을 확보했거나 이 물질로 원폭의 폭발력을 강화했을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김정은 제1위원장의 수소폭탄 개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남북 당국 간 회담에 앞선 협상력 강화와 업적 과시를 통한 체제 안정을 꾀하려는 수사적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더라도 최고 지도자가 무리한 주장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외교안보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6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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