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제 목소리로 오직 주님만 찬양합니다”

등록날짜 [ 2015-12-30 22:31:21 ]

어느 날 갑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사망선고와 같았다. 노래가 좋아 노래를 부르며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한양대 성악과 실기 수석 졸업,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 음악원 수석 졸업,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 최고 테너상 수상(독일 함부르크), 유럽과 한국, 일본 무대에서 최고의 테너 가수로 인정받았다.

 

2003년 영국 신문 ‘더 타임스’에서는 “로돌포의 아리아에서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하이 시(High-C) 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한 테너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다”라고 극찬했다. 바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테네 배재철의 화려한 경력이다.

 

그런 배재철에게 끔찍한 시련이 닥쳐왔다. 오페라 가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2005년 1월 초순 갑상샘 암 진단을 받고 수술대 위에 올랐다. 처음 초음파를 찍었을 때는 혹의 크기를 3~4cm로 추정했는데, 수술할 때 열어보니 7cm여서 의사들도 놀랐다. 암이 림프까지 전이돼 림프를 걷어내는 과정에 오른쪽 성대의 신경과 횡격막의 신경이 절단됐다.

 

3~4시간 예정했던 수술은 무려 8시간이나 걸렸다. 집도의는 수술 도중에 그의 아내를 찾아가 “당신 남편의 목숨이 중요합니까, 목소리가 중요합니까?”라고 물었다.

 

목숨은 건졌지만,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배재철은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누구나 찾아올 법한 절망감은 없었다. 언젠가 노래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줄기 빛이 반짝였다. 그때 그 빛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였다고 배재철은 고백한다.

 

그 후, 배재철은 재활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무너진 오른쪽 성대를 세울 수 있는 수술법이 있다는 얘기였다. 당시 성대 복원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세계에서 3명뿐이었다. 그중, 이 수술법을 개발한 의사는 일본인 이싯키 노부히코 박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그즈음에 일본 매니저이자 음악공연기획사 대표 와지마 토타로가 배재철의 수술 소식을 듣고 독일로 찾아왔다. 일본인 의사 이야기를 듣자마자 와지마는 “내가 이싯키라는 의사를 찾을게. 네가 그에게 수술하겠다고 결심만 하면 다른 건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책임을 질게”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일본 공연 때마다 매니저 역할을 하던 그였지만, 가수로서 가치가 사라진 배재철에게 그렇게까지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배재철은 눈시울을 붉혔다. 배재철은 “하나님께 매달릴 때, 하나님께서는 극복할 환경을 만들어주신다”며 하나님을 찬양했다.

 

드디어 2006년 4월 25일, 배재철은 성대 복원 수술을 받았다. 갑상연골 성형술(성대복원 수술)을 개발한 교토대 명예교수 이싯키 노부히코 박사가 집도했다. 부분마취를 한 후, 마치 피아노 조율을 하는 것처럼 소리를 내가면서 무너진 성대를 복원하는 수술이었다.

 

한창 수술을 집도하던 이싯키 박사가 배재철에게 노래를 해보라고 했다. 인공적으로 오른쪽 성대를 늘여서 왼쪽 성대와 붙여놓은 후였다. 그때 배재철에게는 하나님께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노래할 수 있게 새로운 목소리를 주신다면 하나님께 가장 먼저 그 목소리로 노래를 바치겠다’는 약속이었다.

 

배재철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러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올려드렸다.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다. 수술 후 독일로 돌아간 배재철은 긴 재활 기간을 보냈다. 배재철은 “저의 순종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목소리를 조금씩 열어 주시는 주님의 손길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2007년 12월 29일, 일본 최대 공영방송인 NHK에서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2008년 6월, KBS에서도 ‘그의 잃어버린 목소리-테너 배재철의 도전’이란 제목으로 KBS스페셜 60분 프로그램에 방영했다.

 

2009년 11월에는 책 『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가 출간됐고, 2014년 12월 31일에 테너 배재철 가수의 좌절과 극복을 스토리로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가 개봉됐다.

 

현재 배재철은 후학을 기르는 성악과 교수직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신앙을 간증하는 찬양사역자로 하나님께 쓰임받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께 순종하는 삶이 크리스천의 삶의 목표임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정한영 안수집사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4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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