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 전망

등록날짜 [ 2016-06-13 19:23:09 ]

중국과 북한의 병행논의와 미국의 처지 등 변화 생겨

다른 나라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해 10월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과 외무성 성명에서 하루빨리 낡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의하더니 핵실험을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에 비공식 외교경로를 통해 평화협정 논의를 제의했다.

 

지난해 말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이 비공식 경로를 통해 미국에 평화협정 논의를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북한의 제의를 거부했지만 미묘한 파장을 남겼다. 미국이 북한의 평화협정 제의를 일부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3월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 논의에서 입장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논의는 최근 중국이 제기했다. 중국은 지난 2월 왕이 외교부장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병행해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주 의제로 급부상시켰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7일 야당 인사까지 만나 북미 평화협정과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풀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병행 추진을 강조했다. 북한의 오랜 주장인 평화협정 체결 요구를 중국이 거들고 있는 것이다.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는 현재 제재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바뀔 경우를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남한을 상대로 집요한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북한은 지난 달 말 국방위원회 공개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담화, 우리민족끼리 등 권력기관과 대남매체를 총동원해 남한에 대화에 나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대화를 하자면서도 황당하게 협박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평통 성명에서는 대화제의 거부 시 무자비한 물리적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와 국방부를 타격하는 장면을 담아 유투브에 뿌리기도 했다. 이는 대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대화보다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에 위장된 대화 노력을 보여 주고 국제사회 제재에 균열을 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결국 중국과 북한의 병행 논의와 미국의 미묘한 처지 변화 사이에서 남한의 고민이 커질 수 있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문제에 있어 기회만 있으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함으로써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화협정 논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미묘한 입장 변화는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가 우선이라고 하지만 미-중 간 교감을 주시하다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할 때 한국이 당사자가 되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군사적인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제2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고 북한 붕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통일로 가는 긴 여정의 하나로 북한의 평화협정 공세를 우리가 주도하는 전략도 동시에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다른 나라의 이익에 맞춰 북한의 위협을 방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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