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트럼프 충격

등록날짜 [ 2016-11-15 15:34:17 ]

예상 못한 트럼프 당선 전 세계 놀라움에 요동쳐
한국 역시 미 행정부에 따른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때

 

지난해 5월 트럼프 대선후보가 출사표를 던질 때만 해도 경선이라도 치를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지지율은 1%에 불과했고 경선 상대는 쟁쟁했다. 젭 부시, 마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칼리 피오리나 벤 카슨 등 16명이나 됐다.

하지만 홀연히 나타난 트럼프 후보는 이들을 모두 제압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모슬렘 입국 금지 같은 상상을 초월한 막말과 각종 추문이 쏟아졌지만 지지율은 거꾸로 상승했다.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미 주류 정치권과 언론들은 트럼프를 기회주의자,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의 당선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단한 반전이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는 워싱턴의 주류 정치권과 언론이 놓친 밑바닥 민심을 읽었다. 트럼프는 금기를 깨뜨리고 백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박탈감과 불안을 대변했고 상류층까지 호응했다. 미국은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백인 중산층 감소와 저소득층 증가로 말미암아 양극화가 심해지고 신분 상승 가능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성공한 사업가, 협상의 달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다시 성공가도에 오르게 하리라는 믿음을 주었다. 또 오바마 정부 아래 급증하는 불법 이민과 모슬렘에 의한 테러 가능성,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동성애 확산과 반이스라엘 정서, 미봉책에 불과한 이란 핵 협상 타결에 대한 백인 사회의 반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지난 4월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57%가 고립주의를 선호한다고 대답했다. 고립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동맹국의 안보를 떠맡고 민주주의를 수출하는 것에 반대한다.

당장 대한민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가 언급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 일본보다 분담률이 높기는 하지만 2018년 방위비 협상에서 성의 표시로라도 분담금을 올려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추론해 볼 수 있는 대목이 트럼프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에 나와 있다. 트럼프는 이란과 벌인 협상은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협상에 나서게 한 제재조치를 거둘 것이 아니라 2배, 3배로 강화했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게 하고, 모든 원심분리기를 파괴하며, 언제 어디서든 현장 사찰을 허용하는 조건이 아니면 절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중동에서 핵무장 경쟁이 시작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 되고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이란을 북한으로, 중동을 동북아로, 이스라엘을 한국으로 바꿔도 상황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후보 시절에 밝힌 내용을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중국을 압박해 김정은에 대한 압력을 높이는 접근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꾸려지고 대북정책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함으로써 한미 관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달라진 미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부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 제한)조약에서 러시아 편을 들었다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와 부시 행정부는 내내 삐걱거렸다. 고립주의로 회귀하면서 동맹국들에 새로운 역할 분담을 요구할 새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03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