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폭풍전야… 美 대북 군사옵션 임박했나

등록날짜 [ 2017-10-17 14:33:47 ]

북핵 폭주에 대응해
미(美) 전방위 경제·군사 옵션으로 급박한 상황 전개 나섰지만
정작 한국정부 역할 안 보여 우려돼


지난 5일 미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회의를 연 뒤 만찬을 하기 전 사진을 찍으면서 “폭풍 전의 고요”를 경고했다. 기자들이 폭풍의 의미를 물었지만 “우리에게는 세계 최고의 군인들이 있다”며 “알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폭풍 전 고요”가 북한 문제인지 이란 핵 협정 관련 문제인지, 아니면 IS와 관련 있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은 “25년간 북한과 대화를 해 왔고 많은 합의가 이뤄졌으며 막대한 돈도 지불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는 훼손됐고 미국 협상가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말하며 “하지만 단 한 가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단 한 가지’가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폭풍 전 고요’와 ‘단 한 가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수수께끼다.

미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한 가지’를 언급한 날, 경남 진해항에는 미국의 가장 최신형 핵추진 잠수함인 투싼함이 입항했다가 군수물자를 보급받은 뒤 11일 출항했다. 행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의 또 다른 핵추진 잠수함인 미시간함도 부산항에 들어올 예정이다. 입항과 출항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는 일본 해상 자위대 호위함과 공동훈련을 벌이고 있으며 다음 주 동해로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전하고 있다. 역시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항모전단도 지난 6일 샌디에이고 기지를 떠나 태평양으로 발진했다고 미 군사전문 매체 스카우트 워리어가 보도했다. 루스벨트함도 이달 중순 동해상으로 출동해 한국 해군과 고강도 연합훈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추진 잠수함과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무기들이 한반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이 한반도 상공에는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10일 밤 다시 전개됐다. 지난달 23일 이후 17일 만이었다.

B-1B의 무력시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작전 상황실에서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퍼드 합참으로부터 북한의 위협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보고 받았다. 백악관은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적 압박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만났다. 지난 10일 매티스 국방장관으로부터 대북옵션을 보고받은 날이다. 키신저는 미국 외교의 거두로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키신저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중국과 사전 협의해 중국의 우려를 덜어 주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북한 붕괴를 기정사실화하고 이후 상황을 중국과 협의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키신저의 조언을 받아들였을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등 아시아 방문에 나선다. 중국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마치고 시진핑 주석의 집권 1기에 대한 평가와 2기 권력 지형에 대한 청사진를 그린 뒤다. 중국은 이미 중국 내에 있는 북한 기업들에 대해 내년 1월 9일까지 모두 폐쇄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중국 밖에서 북한과 합작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의 핵 폭주 속에 북한은 외교적으로도 더욱 고립되고 있다. 유럽에서 북한에 가장 우호적이었던 포르투갈이 단교를 선언하고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지난달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멕시코와 페루, 쿠웨이트, 스페인, 이탈리아가 북한 대사를 추방했다. 베트남과 스리랑카 등 6개국은 북한 외교관 수를 줄이거나 비자 발급을 제한했다. 중국과 파키스탄, 폴란드, 몽골 등 9개 나라는 북한 고려항공 취항을 금지하거나 북한 선박 등록을 취소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모두 21개 나라가 북한과 외교·경제 관계를 축소하거나 단절했다.

경제와 외교, 군사 등에서 전방위적 압박을 자초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은 모습을 감추었다. 노동당 창당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 핵 개발의 장본인인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과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도 김정은과 함께 잠적했다. 리만건은 당 정치국 위원이자 중앙 군사위원, 김락겸은 당 중앙위 위원이지만 7일 당 중앙위 전원 회의 행사 장면에도 나오지 않았고 8일 10만 군중대회에도 불참했다. 이들이 모습을 감춘 것은 무언가 대형 도발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만 무성하게 제기되고 있다. 12일 자 노동신문은 “핵무력 완성 목표 달성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압박에도 끝을 볼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김정은이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서두르면서 20여 년을 끌어온 북한 핵 문제가 정말로 막바지로 치닫는 것 아닌가 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결말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서 핵심 당사자이면서도 아무 역할이 보이지 않는 한국이 우리로서는 가장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4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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