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북한이 잠잠한 네 가지 이유

등록날짜 [ 2017-11-14 15:01:49 ]

연이은 한·미·일·중 정상회담에도 북 도발 없어
핵미사일 완성 후 결정적 시기 노릴 가능성 높아
내부단속, 美 군사 압박, 계절 요인도 한몫해
‘폭풍 전 고요’같은 상황, 도발 타이밍 대비해야


북한이 9월 15일을 기준으로 58일째 잠잠하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화성-12형을 발사한 이후 두 달 가까이 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북한은 한·미나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미사일을 발사해왔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직전,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G20 정상회의 개최 사흘 전인 7월 4일에는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 2016년 3월 한·미·일 정상회담 때도 빠짐없이 미사일을 쐈다.

이번에는 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 미·일, 한·미, 미·중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는데도 북한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단거리 미사일도 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도발 관례에서 벗어난 북한의 행태에 역으로 궁금증은 커져가고 있다.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멈춘 것은 아닐 텐데 왜 조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이 예상을 깨고 몸을 낮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그 배경을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실상 완성해놓고 결정적 도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달 7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이 천만번 옳았다”며 병진노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신문은 지난 달 12일자 논설에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가 국가 핵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제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미사일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른 시일 내에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서는 추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신들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북한이 내부 단속에 주력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북한 동향을 보고하면서, 북한 당국이 간부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한동안 자제해오던 본보기식 숙청과 처형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사 간부 여러 명이 미사일 발사 축하행사를 1면에 싣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혁명화 조치를 당했고 평양 고사포 부대 정치부장이 부패 혐의로 처형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실제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도발을 자제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로널드 레이건호를 비롯해 미 항공모함 3척이 11일(토)부터 14일(화)까지 동해 공해상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펼친다. 미 항모 3대의 동시 전개는 6·25 전쟁 이후 처음이다. 연합훈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정밀 폭격과 김정은 참수작전을 핵심으로 하고 군사적 준비가 사실상 완료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지난 9월 23일 밤 미국의 B-1B 편대가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과 잠수함 기지가 있는 신포, 군사시설이 있는 원산 등을 사정권에 두고 2시간 넘게 비행했다. 당시 B-1B 편대가 보유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평양의 김정은 집무실도 사정권에 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풍계리에서 지진이 나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자연지진으로 결론지었지만 풍계리는 지진이 나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석연치 않다.

북한이 잠잠한 데는 계절적 요인도 한몫한다고 볼 수 있다. 미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시 코튼 연구원은 4분기만 되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빈도가 뚝 떨어진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빈도를 조사한 결과 1분기 4.3회, 2분기 4.8회, 3분기는 4.2회였지만 4분기 들어 0.8회로 급감했다고 코튼 연구원은 밝혔다. 코튼 연구원은 북한이 9월이면 옥수수와 감자, 콩 등 밭작물, 10월에는 벼를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식량 확보를 위해 북한군이 동원된다면 위기상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이 기간에 부인 리설주나 여동생 김여정을 동행하고 신발공장이나 화장품 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자동차 공장을 갔다. 군 관련 동향은 없었다. 조여오는 대북 압박과 제재에 겁먹지 않는 간 큰 지도자, 인민들의 생활을 챙기는 애민 지도자로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 미 트럼프 대통령이 한·중·일 세 나라를 다녀갔다. 김정은은 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결과와 이후 정책 변화를 주시하며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노릴 것이다. 도발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명분도 축적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이 끝나고 한반도 주변 상황이 잠잠해질 즈음에 모두를 허둥대게 만들 타이밍을 재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정일이 애용했던 벼랑끝 전술이 예전같지 않듯, 김정은의 허를 찌르는 기습도발 전술에도 국제사회는 대비책을 갖춰가고 있다. 국제사회를 겁박해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김정은은 점점 더 고단위 도발을 감행해야 한다. 지금 동북아 상황이 미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폭풍 전 고요”일까?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5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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