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평창 이후 대비해야

등록날짜 [ 2018-01-31 14:34:24 ]

북한, 평창 올림픽 참가 대가로 대북제재 완화 요구 가능성 높아
한미 ‘긴밀공조’ 바탕 전략 필요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 전부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제기된 논란이라기보다는 북한 참가를 둘러싼 논란이어서 올림픽 성공과 흥행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참가를 유도해 이를 기회로 남북관계 복원과 평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대북 유인책을 쓰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이 과거와 달리 싸늘하고 관심도도 낮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서 정부의 일방통행, 세 번 도전 끝에 어렵게 유치해놓고도 개막식 선수단 입장에서 태극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점, 국가대표 선수가 빠져 평창 올림픽과는 딱히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마식령 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과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 등에 국민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참관단 등 6백 명이 넘는 북한 사람이 평창 올림픽에 오면 남북 간의 평화 분위기는 한껏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 트럼프 대통령의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지지와 한미연합훈련 연기, 남북 대화에 대한 중국 시진핑 주석의 적극적인 지지, 평창 동계올림픽을 ‘민족적 대사’라며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를 보인 김정은의 신년사와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남북 간 대화 등을 볼 때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세계의 이목이 평창에 집중된 가운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과 대규모 예술단 파견을 통해 평창 올림픽을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고 체제 선전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미사일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한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은 다음 달 8일 소위 북한군 창설일인 건군절이라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8일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이다. 원래 북한의 건군절은 4월 25일이었으나 올해부터 2월 8일로 바꿨다. 정부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온갖 무기가 등장하는 열병식은 일종의 무력시위다. 북한 대표단이 평창 올림픽에서 평화 무드를 띄우는 이면에서 무력시위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등 신무기라도 공개하고 나오면 평창으로 집중돼야 할 국제사회 이목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평양으로 쏠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평창 올림픽이 끝난 이후 대북 전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평화 분위기 이면에서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대북 제재는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5일 중국과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인들과 선박, 회사 등을 대거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또 북한과 대규모 무역거래를 한 중국 기업도 두 곳이나 포함하며 대북 제재 고삐를 더욱 조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연기됐지만, 미 칼빈슨함은 한반도로 향하고 있다. 또 많은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북한 핵 문제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ICBM 실전배치가 몇 개월 남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안보에도 치명적이다.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지난해와 같은 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 위기가 얼마나 심각할지는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

평창 이후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내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가로 비싼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 등이 예상되는 목록들이다. 이런 문제들은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직결돼 있어 한국 정부가 들어주기 어렵거나 한미 간에도 이견을 노출할 수 있는 민감한 분야들이다. 이 때문에 평창 이후 더욱더 공고한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현재 남북대화 동력을 평창 이후로까지 이어가고 이를 북미 대화로까지 연결하려 한다면 한미 공조는 지금보다 더 탄탄하고 견고해야 한다.

삼수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김진선 전 강원지사는 외국인들이 처음에 평창과 평양을 헷갈렸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 이후 2013년 자크 로게 당시 IOC 위원장은 “2003년 처음 후보 도시 리스트를 봤을 때 북한 평양이 올라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외국인들은 평창과 평양을 혼동한다. 외국인들에게 평창은 평양보다 발음이 어렵다고 한다. 북한은 평창을 체제 선전장으로, 대북 제재 이완을 위한 고리로 이용하면서 동시에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핵미사일 실전배치도 서두르고 있다. 평창의 평화와 대화 계기를 평창 올림픽 이후로까지 살려가면서도 북한의 전략에 말리지 않기 위한 정부의 고민도 크리라 본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6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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