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北 대남총책 김영철 방한,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날짜 [ 2018-02-28 10:47:47 ]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한국 보낸 이유는
핵보유국 인정과 대북 제재 균열 내기
굳건한 한·미 동맹만이 변화 끌어낼 수 있어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이 한국에 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김영철은 정찰총국장으로 있는 동안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휴전선 목함지뢰 도발 등 대형 대남 도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또 자주 북한 조선중앙TV에 나와 살벌한 언사로 대남 협박을 일삼았다. 그런 그가 통일전선부장이라는 모자를 쓰고 한국에 온 것이다. 통일전선부는 남북대화와 대남 도발을 동시에 맡은 조직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범죄자와도 대화해야 하니 도발의 주범이라도 대화를 해야겠지만 우리 장병들과 주민들을 죽인 김영철에 대해 국민 감정은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김영철의 한국 방문은 정부 발표 직후부터 많은 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영철의 방한은 예상치 못 한 것이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다녀가 폐막식은 그냥 넘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런데 김정은은 허를 찌르듯 김영철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김정은이 대남 라인 총책을 내려보냄으로써 겉보기라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더욱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여정이 와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미북 대화를 거부한 사실이 밝혀지고 정상회담 속도조절론이 나오면서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있다. 김정은으로서는 김영철을 보내 김여정 방한의 불씨를 다시 살려 남북정상회담을 독촉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대북 제재 균열이다. 김영철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연합, 호주 등 31개 나라에서 제재 대상이다. 김영철에 대한 제재는 자산동결이나 금융제재이지 여행금지가 아니어서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한국이 대북 제재 예외 선례를 만들고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벌써 4번이나 제재 예외 적용을 받아냈다.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을 위한 전세기 이용, 만경봉 92호의 입항, 김여정과 최휘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방한을 위해 미국과 안보리로부터 예외를 인정받은 것이다. 북한은 이를 알고도 또 고의로 제재 대상에 도발 이미지가 강한 인물을 보냄으로써 제재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제재 예외를 반복함으로써 기정사실로 하겠다는 의도다.

셋째는 남남 갈등이다. 김영철의 방한 소식이 전해지자 천안함 희생 장병, 유족들, 생존 병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영철의 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반대하는 글들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천안함 사건 때 도발의 주역이 누구인지 관련한 부분이 없었다며 김영철의 방한을 수용한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 같은 해명은 논란을 부채질할 뿐이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한미는 정보정찰 자산을 총동원해 배후가 북한의 정찰총국임을 밝혀냈고 당시 정찰총국장은 김영철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어정쩡한 해명은 논란만 더 키울 수 있다. 과거 김양건은 온건한 개방적 이미지였지만 김영철은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 한미 갈등이다. 미북 대화는 거부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미 간 갈등을 유도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한민족이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데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할 것이다. 지금도 북한 매체들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또 폐막식에까지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성의를 보인 만큼 4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거나, 훈련 시기나 규모를 두고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하며 한미 간에 이견을 끌어내려 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나 인권 문제에 대해 입을 닫고 대화나 교류만을 이야기할 경우 한미  공조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김정은은 동생 김여정에 이어 대남 총책 김영철도 보내 남북관계 개선 의도를 과시하며 한미를 흔들고 대북 제재에 균열을 내려 하지만 이는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북 제재가 이대로 계속되면 오는 10월 북한의 달러가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016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이 6건이나 채택되면서 북한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거부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완강해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만만한 상대는 한국이다. 북한은 위기 때마다 한국을 탈출구로 이용했다.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모양새로 평화 이미지 고양하며 제재에 균열을 낸 뒤 미북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과 대북 제재 균열이다. 이는 김정은이 깨트리려고 몸부림치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만이 북한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6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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