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학원 뺑뺑이 이제 그만

등록날짜 [ 2017-03-20 14:05:48 ]

큰아들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 오고 나서야
잘못된 교육열로 아이들에게 상처 준 것 깨달아
다섯 살 늦둥이는 아이답게 마음껏 뛰놀며
믿음 안에 여유롭고 자신감 있게 자라기를 기도해


어느새 40대 후반이 됐다. 이 나이에는 대부분 자녀를 다 키워 홀가분해한다. 나도 품 안에 자식 둘이 다 성장해 지금은 군 복무 중이다. 아들 둘 빈자리가 너무 커서인지 종종 삶의 재미를 잃곤 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여호와 이레’로 5년 전, 늦둥이를 주셨다. 마흔셋의 임신은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 요인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하나님 은혜로 셋째 아들을 건강하게, 그것도 자연 분만해서 낳았다.

요즘 집안 분위기는 다섯 살 된 막둥이가 좌우한다. 시댁, 친정 식구 모두 이 녀석의 재롱부리는 모습을 보려고 모여들어 한바탕 왁자지껄 웃고 돌아간다. 또래 아줌마들은 갱년기를 늦춰 보겠다고 건강보조제를 사들이느라 야단인데, 내게는 다섯 살 늦둥이가 건강보조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래도 나이는 속일 수 없다.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막내와 맘껏 놀아 주고 싶어도 금세 피로가 찾아와 드러눕기 일쑤다.

“아이참, 엄마는 할머니 같아!”

뜨끔했다.

‘저 녀석 다 키우려면 아직 한참 멀었는데…. 벌써 늙어 보이면 안 되는데….’

20대에는 힘든 줄 모르고 출산하고 육아에 몰두했다. 아니, 조기 교육한다며 극성을 떨었다. 큰애는 생후 17개월에 강남권에서 유행한다는 ‘아기스포츠 센터’에 가입시켰다. 교육 도구는 유명 브랜드였고, 전문 교사를 붙여 조기 교육 열풍에 합류했다. 6세부터는 바둑과 수영,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쿵푸, 독서논술, 바이올린, 학습지 스케줄을 빈틈없이 계획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명 ‘뺑뺑이’를 돌렸다. 아이가 지쳐 마음에 병든 줄도 모른 채, 교육열 높은 엄마라고 나름 뿌듯해했다. 그렇게 세상 유행 따라 사는 것이 옳은 줄 알았다.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아들들은 알람 맞춘 로봇처럼 움직였다. 엄마와 대화하기보다는 공부에 집중했고,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학원에 있어야 했다.

‘내 유년시절은 어떠했던가’ 돌아본다.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와는 젖먹이 적에 떨어졌다. 서너 살 때는 벌써 선머슴처럼 논밭을 가로지르며 뛰어다녔다. 몇 살 더 먹어서는 ‘깡’이 세서 골목대장을 도맡았다. 유년시절에 대한 생각만 해도 자유와 해방감이 밀려온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원 문턱 한번 밟지 못했다. 그래도 성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리더십이 강해서 학교에서도 인정받았다.

나와는 천양지판으로 돈 들여 조기 교육한 큰아들이 고교 1학년 때 학업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왔다. 그제야 조기 교육한다면서 부모 욕심에 아들의 유년시절을 옭아맸다고 생각해 가슴 치며 후회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자녀에게 투자한다고 한 일이, 아이의 웃음, 즐거움, 자존감까지 짓밟았던 것이다. 지금은 아들들이 예수 안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받고, 신앙 안에서 교회 지체들과 어울려 삶의 여유와 즐거움을 찾았다.

다섯 살 늦둥이를 키우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답게 많이 웃고 떠들고 자유롭게 뛰어놀게 할 것이다. 경쟁 사회 속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유년기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해 주고 싶다.


/동해경 기자
신문발행국

위 글은 교회신문 <52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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