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믿음의 돕는 배필 되기

등록날짜 [ 2017-05-22 15:46:51 ]

여전도회원과 ‘아침밥 인증샷’ 미션 수행하며
세 자녀 키우느라  피곤하고 바빠
남편에게 소홀한 것 깨닫고 회개해


둘째 아이 어린이집 입학서류를 준비하려고 주민등록등본을 뗐다.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남편 이름 아래에 내 이름부터 갓 태어난 셋째 막둥이에 이르기까지 네 명 이름이 적혀 있었다. 새삼스레 마음이 쿵, 눈물이 핑 돌았다. 그동안 우리 가족을 책임져 온 남편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그 자리에서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우리 집 가장으로 살면서 힘들 때 많았죠? 당신은 힘든 내색 없이 그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데 제가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던 것 같아 미안해요.”

애교스럽지는 않지만 꾹꾹 눌러 진심을 전하자 남편은 도리어 나를 걱정해 준다.

“당신이 애들 키우느라 고생하지.”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남편이 몸살을 앓으려는지 간밤에 잔기침을 했다. 봄꽃이 만연한 따스한 날씨에도 오리털 파카를 입고 나간 모습이 떠올랐다. 들기름을 발라 김만 구워 줘도 “집밥이 제일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려 주는 남편의 무던한 식성 덕분에 나는 5년 차 주부인데도 음식 솜씨가 별로 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토종닭 한 마리를 샀다. 불려 둔 찹쌀 위에 깨끗하게 손질한 닭과 인삼·대추·마늘을 넣고 물을 조금 붓고 끓이기를 한참. 드디어 ‘누룽지 닭백숙’이 완성됐다. 장난감 놀이에 푹 빠져 있던 아이들이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토끼 눈을 하고 주방에 달려온 것을 보면 일단 냄새는 합격이다. “아무거나 먹지, 뭘 힘들게 이런 걸 했느냐”는 남편 앞에 푸짐하게 한 그릇 내놓았다. 덩달아 아이들도 신이 났다. 앉은 자리에서 토종닭 한 마리를 뚝딱 해치웠다. 고소한 찹쌀 누룽지까지 한 그릇 뚝딱 먹고 기분 좋게 일어나는 남편을 보니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잘 섬기지 못한 점이 더욱 미안했다.

얼마 전 소속 여전도회에서 ‘아침밥 인증샷 찍기’ 미션을 한 주간 진행했다. 그동안 자녀 양육한다는 핑계로 남편을 섬기지 못한 점을 회개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남편에게 맛난 아침상을 차려 주자는 의도였다. 새벽 6시부터 기관 카카오톡방에 올라오는 사진과 사연들이 다양했다. 작정 기도회에 참석하려고 퇴근 후 바로 교회로 달려오느라 저녁식사를 거른 남편을 위해 정성스럽게 싼 도시락, 결혼 후 남편 아침밥을 한 번도 거른 적 없다는 부지런한 자매의 푸짐한 밥상, 먹음직스럽고 사랑스럽게 차린 새댁의 아침상, 남편 건강을 챙기려는 채소 해독 주스, 늦잠 잔 엄마 아빠를 위해 다섯살배기 딸아이가 차린 소꿉놀이 밥상까지. 모양과 사연은 달랐지만 우리 아내들은 남편이 좋아하는 얼굴을 보면서 그동안 사랑받으려고만 했던 모습을 회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나 역시 자녀보다는 남편이 우선이라고 했지만, 실상 내 행동을 돌아보면 그와는 반대로 산 모습이 많았다. 남편이 늘 지고 있을 마음의 짐을 헤아리지 못하고 함께 나누지 못한 채 아이 키우는 일에 급급했다. 집안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도 좋고, 먹거리가 풍족하지 않아도 좋으니 “기도하는 일에 시간을 아끼지 말라”고 당부하는 믿음의 남편. 이번 ‘전 성도 40일 그리고 10일 작정기도회’에 참석하면서 기도로 남편을 돕는 믿음의 배필 역할을 감당하리라 다짐한다.


/정주영 집사
76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2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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