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내가 떠난 자리에 예수 향기가 났으면…

등록날짜 [ 2019-02-07 19:20:35 ]

내가 기분 나쁜 일 있다고 험한 표정에
퉁명스럽게 말할 때 상대방은 마음에
평생 잊지 못할 깊은 상처 받을 수 있어


주님 대하듯 민원인 못 섬긴 내가 걱정
하나님 자녀로 칭찬받는 우리 모두가 되길


설이 다가왔습니다. 음력으로 한 해 첫 달인 정월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농경사회에서는 해가 바뀌는 중요한 날이었지만, 요즘에는 가족을 만나는 연휴 정도의 의미만 있습니다. 그래도 정말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는 마음이 들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새해가 되면 직장에서 인사이동을 합니다. 정든 부서를 떠나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근무지로 가고 새 업무를 익히느라 어수선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주민센터에도 동료가 떠난 자리에 새 직원이 왔습니다. 무척 친절한 직원이어서 모두 칭찬을 합니다. 그가 직전에 근무하던 부서에서도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며칠 근무하는 태도를 지켜보니 지역주민들에게 친절·자상하게 설명해 주고 어르신들을 예의 바르게 대합니다.


하루는 어르신 한 분이 주민센터에 찾아왔습니다. 예전 직원이 안 보인다고 말씀하기에 다른 곳으로 발령받아 갔다고 하자 그동안 가슴에 품어온 하소연을 털어놓는데 듣고 있던 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직원에게 상담을 받다 마음의 상처를 입어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어르신은 상급부서로 찾아갈까 하다가 이 직원에게 해를 끼치려는 마음도 품게 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듣고 있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성심성의껏 민원인을 대해 주었는데 왜 그 어르신께는 상처를 줬을까?’ 의아했습니다. 아마 그날 직원에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어 의도치 않게 어르신께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까 짐작됐습니다.


그 어르신은 속내를 털어놓은 후 “여러분만 알고 있어요”라고 입단속을 하더니 “말을 하고 나니 마음이 풀어진다”고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내가 만난 수많은 사람에게 기분대로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내가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험한 표정과 퉁명스러운 말을 할 때 상대방은 마음에 평생 씻지 못할 깊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내가 그 근무처를 떠난 뒤에 나를 돌아보면서 좋지 않은 말들이 오간다면 나 자신의 평가뿐만이 아니라 내가 속한 조직에도 엄청난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얼마 전 교회에서 열렸던 직장·실업인 축복세미나 때, 담임목사님께서 “직장에서도 주를 위해 하듯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엡6:7)고 권면하셨습니다. 내가 만난 민원인을 주님 대하듯 섬겼다면, 얼마나 그분들이 좋아했을까요? 나를 위해 십자가에 살 찢고 피 흘려 구원해 주신 주님께 하듯 민원인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이곳을 떠난 뒤에 내가 어떠했다고 말할지 새삼 걱정이 듭니다.


말세를 만난 이때, 신앙인들은 주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믿음의 형제들을 사랑하고 죽어가는 이웃 영혼을 살리려고 전도하다가 사모하며 하늘나라에 가야 합니다.


내가 떠난 자리에서 예수 향기가 나야 하고, 주를 위해 산 흔적이 남기를 소망합니다. 예수님의 죽음 앞에 “이 사람은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백부장이 증언하듯이(마15:39) 우리 삶의 여정을 마쳤을 때 우리를 통해 예수님이 증거 되고 하나님의 자녀로 칭찬받는 우리모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장, 주민센터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61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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