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57)] 바벨론·앗수르 왕국 등 구약성경의 역사가 숨쉬는 ‘이라크’
이라크 편(1)

등록날짜 [ 2019-09-05 15:12:49 ]

포로로 끌려온 다니엘과 느헤미야 역사와
에덴동산과 아브라함이 살았던 갈대아 우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과
선지자 요나의 무덤·바벨탑도 모두 이곳


윤석전 목사: 이란이 페르시아 왕국 후손이라면, 이라크는 바벨론 왕국 후손입니다. 앗수르 왕국도 이라크에서 발원했습니다. 바벨론과 앗수르의 공통점은 두 나라 모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등장한 패권 국가이자 이스라엘을 파괴한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호에는 이 고대 강대국들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라크로 가 보겠습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약 500km 남단에 있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Basra)는 도시 전체가 수로(水路)망으로 이루어져 중동의 베니스라고 불린다. 세계 최대 대추야자 수출지이자 이라크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바스라 북쪽에는 바벨론에서 가장 큰 이슈타르 성문(城門)이 있다. 느부갓네살(Nebuchadnezzar) 왕의 남쪽 궁은 강인함을 상징하는 사자상과 마주 보고 서 있다. 이곳에는 이스라엘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왔던 당시 다니엘과 느헤미야의 역사가 담겨 있다. 바벨론에서 약 400km 달리면 티그리스강의 혜택을 받은 도시 바그다드가 있다. 육상 수송로와 강변 수송로가 만나는 무역 중심지다. 2003년 미국과 영국의 침공으로 함락된 후 외형상으로는 피해가 복구된 듯하나 전후(戰後) 후유증 탓에 실업률이 급증한 상태다. 바그다드 북단에는 성경 요나서 배경인 니느웨(Nineveh)가 있다. 장정 1000명이 125년 동안 일해야 세울 수 있다는 거대 도시 니느웨 안에 선지자 요나의 무덤이 있다. 요나는 『코란』에도 기록된 선지자이기에 경배하러 온 이슬람 교도들로 늘 붐빈다. 수천 년 전 구약세계의 현장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이라크, 이곳은 성서의 땅이다.


윤석전 목사: 이라크의 지리 여건을 소개해 주세요.


홍순화 교수: 메소포타미아는 두 강 사이라는 뜻으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있는 지역 을 의미합니다. 이라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심장부에 위치한 국가로, 두 강 사이에 자리해 많은 지역이 충적평야로 구성된 평야지대입니다. 이라크 국토는 우리나라의 두 배이고, 서쪽과 남쪽 지역은 사막이어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북동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강우량이 부족한 국가입니다.


윤석전 목사: 이라크의 지명과 역사를 성경과 연관해 설명해 주세요.


우택주 교수: 이라크를 모르면 구약성경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이라크에는 성경에 나오는 중요한 장소가 많습니다. 바벨론이 있는 지역을 시날(Shinar) 평지라고 하는데, 이 지역에 바벨탑과 에덴동산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외에도 앗수르(Assyria)의 수도 앗수르, 니느웨, 요나의 무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살았던 갈대아 우르가 이라크에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라크는 구약성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윤석전 목사: 이라크에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포로생활이라는 비극의 역사를 만들어 준 강대국 바벨론이 있었습니다. 그 유적지로 가 보겠습니다.


창세시대 에덴동산에서 발원한 강줄기 4개 중 하나인 유프라테스강. 이 강이 배출한 풍부한 퇴적토는 세계사의 첫 문명인 수메르를 탄생시켰고 아카디아, 앗수르, 바벨론 등 다양한 문화를 세우는 근간이 됐다. 2600년 전 바벨론으로 끌려온 이스라엘 백성은 느부갓네살 왕이 지은 화려하고 웅장한 이슈타르 문을 통과할 때 수준 높은 바벨론 문명에 압도당했을 것이다. 바벨론은 역사상 최초로 등장한 세계 제국이었으며 느부갓네살 왕 때 절정기에 이르렀다. 거대한 성벽을 덮은 독특한 문양들과 화려한 구조들, 당시 최고의 첨단 관개시설, 함무라비 법전을 만든 함무라비 왕조의 찬란한 문화에 이스라엘 백성은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바벨론 문명은 대를 이어 내려온 유대인의 믿음을 한순간에 흐트러지게 할 만큼 눈부셨다. 이스라엘에 닥친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윤석전 목사: 바벨론은 바벨론국 수도이면서 이스라엘과는 악연인 도시입니다. 당시 바벨론이 어떤 땅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홍순화 교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8㎞ 정도 가면 매우 큰 유적지가 있는데 이곳이 성경에 나오는 시날 평지입니다.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유적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고대 문명을 꽃피운 곳입니다. 바벨론은 유프라테스강 주위에 자리 잡아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시편 137편 1절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에 나오는 강도 유프라테스강을 의미합니다. 이곳은 매우 비옥한 땅으로 종려나무(대추야자)가 많았는데, 고대에는 더 비옥했으리라 추측합니다. 놀라운 점은 근방에 산이나 돌이 전혀 없었는데도 벽돌을 만들어 그 엄청난 문명과 유적을 이루어 냈다는 것입니다.


윤석전 목사: 바벨론은 함무라비 법전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만큼 그 시대에 정치·문화 면에서도 상당한 발전을 해 왔는데 문명의 발전 수준이 어느 정도였나요?


우택주 교수: 바벨론은 앗수르만큼 강대하고 역사가 깊은 제국이었습니다. 바벨론 제국은 고대, 중기, 신바벨론 시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함무라비 법전은 고대 바벨론 시대에 편찬됐습니다. 중기 바벨론 시대는 전쟁을 많이 한 암흑기여서 문서 기록이 많지 않습니다. 신바벨론 시대는 느부갓네살 왕이 남유다 왕국을 멸망시키고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여 유다의 많은 귀족을 포로로 잡아갔던 시기이자 바벨론의 절정기였습니다. 이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바벨론 대제국에도 멸망의 그림자가 들이닥쳤습니다. B.C. 539년에 제국의 마지막 왕 나보니도스(Nabonidos)가 정치를 소홀히 하고, 국가의 신 마르두크가 아닌 달 신에 푹 빠지자 나라 내에서 상당한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때마침 페르시아 군이 바벨론을 공격하고 포위하자 백성들은 환영하듯 성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나보니도스는 도망쳤지만 성이 완전히 함락되자 항복했고 거대 제국 바벨론은 멸망했습니다. 한편 바벨론 제국에 전해지는 창조 이야기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는 내용의 기본 골격이 성경과 흡사해 연구 가치가 있는 신화로 평가받습니다. 그만큼 정신 사조가 뛰어난 제국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석전 목사: 에누마 엘리시가 성경의 창조 이야기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우택주 교수: 에누마 엘리시는 바벨론의 주신(主神) 마르두크에 관한 내용입니다. 마르두크와 티아마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지만 마르두크가 주문을 걸어 승리합니다. 이후 마르두크는 티아마트의 시체로 하늘과 땅을 창조하고, 점토에 피를 섞어 사람을 만듭니다. 이후 이들에게 노역을 담당하게 하여 신의 거처인 바벨론을 만들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성경도 하나님께서 흑암과 혼돈 가운데서 세상을 만드신 후에 인간을 만들고 안식하셨다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흐름이 서로 흡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용으로 보면 바벨론의 에누마 엘리시에는 여러 신이 등장하지만, 성경에서 신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한 분인 것이 명백한 차이점입니다.


윤석전 목사: 바벨론 같은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의 문화가 꽃피고 샘솟아 오늘까지 믿음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거기에 담긴 메시지가 있을까요?


우택주 교수: 이스라엘 민족사를 보면 주변 강대국의 침략을 수없이 받으면서 수난의 역사를 살았습니다. 다윗을 생각하면 무척 화려하고 찬란한 문화가, 솔로몬을 생각하면 영광스러운 예루살렘 성전이 떠오르지만, 실제로 이스라엘이 평안한 시기는 길지 않았고 왕국으로서 위용을 떨쳤던 기간은 600여 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을 향한 약소국 이스라엘의 신앙과 믿음은 사라지지 않고 아직까지 남아 세계 곳곳에서 꽃피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보면 로마서 5장 3~4절 말씀처럼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어려울수록 신앙은 꽃피고, 그렇게 꽃피운 신앙이 결국 세계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명심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윤석전 목사: 우리가 어려움을 당할 때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만나면 하나님 역사의 빛줄기가 어둠 속에서 광명한 것을 알게 되고, 하나님만이 참신이심을 만인에게 증명하게 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우리 하나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사40:8)라고 기록해 너희에게 전한 말씀이 이것이라고 했고 이것이 곧 복음이라고 했습니다. 최후에 남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뿐입니다. 한때는 영광스러웠으나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라크의 유물들을 보면서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글은 교회신문 <640호> 기사입니다.

관련뉴스
  • [윤석전 목사와 함께하는‘성서의 땅을 가다’(158)] 유다민족 포로생활의 한 서린 고대 화려한 문명의 땅 ‘바벨론’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