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섬김 큰 행복] 우산 두 개, 사람 셋

등록날짜 [ 2010-09-07 21:17:55 ]

 

토요일 밤부터 시작된 비가 주일 아침까지도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교회까지 오는 길에 우산을 쓰고 잠시 걸었을 뿐인데 이미 신발 속 양말 끝이 젖어버렸다. 아이들에게 장화를 신길 걸 그랬다. 비 오는 날의 번거로움에 대해 짜증 섞인 생각이 자라나려고 한다. ‘주일 아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대성전 큰 계단 아래쪽으로 가서 비를 피하며 젖은 우산을 접어 빗물을 털었다. 주차 안내 집사님의 지시에 따라 속속 도착한 성도들이 길을 건너려고 옆에 서고, 예배 시간에 맞춰 교회에 도착한 차량이 주차장을 향해 꼬리를 물고 들어간다.

아이들 우산을 챙겨주며 길 건널 준비를 하다가 대성전 우측으로 눈길이 가 멈춘다. 경사가 진 그 길로 휠체어 한 대가 올라가는데 사람 셋이 하나가 되었다. 휠체어에 탄 분, 그 휠체어를 밀고 오르는 분. 그리고 그 두 분을 커다란 우산 두 개를 이어 씌우고 걸어가는 주차 충성자 한 분. 우산 한 개는 주차 안내를 하던 남자 집사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배 시간에 맞춰 비를 뚫고 도착한 두 분의 것이리라. 휠체어 일행이 비를 맞지 않게 하려고 몸을 기울여 우산을 씌우며 유쾌하게 걷는 뒷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도깨비날씨라고 불릴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린 올여름. 비가 내릴 때 번거로움이란 신체적 장애가 없는 일반인에게도 불편함을 주는데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오죽할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섬김을 깨달은 그날 예배는 더욱 은혜가 넘쳤다. 휠체어 일행과 그를 섬긴 이름 모를 그 집사님도 그날 예배에 더 큰 은혜를 받았으리라.

일러스트 / 손이삭

위 글은 교회신문 <2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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