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하이하이(Hjgh-Hi) 팝업부스’
사랑하는 친구에게 복음 전도!

등록날짜 [ 2026-03-17 10:08:17 ]
“무리가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기도 없는 내 판단 큰 참사 가져와
여리고가 무너졌다. 아이성이 함락됐다. 가나안 전역이 공포에 압도되었다. 그 공포 속에서 가나안의 기브온 거민들이 택한 무기는 칼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스라엘 진영 앞에 내려놓은 것은 곰팡이 난 떡이었다. 해어진 신발, 기운 가죽 부대. 낡음이었다. 초라함이었다. 대적 마귀는 늘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오지 않는다. 때로는 가장 볼품없는 순례자의 행색으로 우리 진영을 파고든다.
여호수아는 물었다. “너희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뇨.” 기브온 사신들은 여리고와 아이 소식은 쏙 뺐다. 하나님께서 애굽과 요단 동편에서 행하신 일만 늘어놓았다. 하나님의 명성을 칭송하며 환심을 샀다. 이스라엘의 눈은 허름한 행색에 고정됐다. 곰팡이 난 떡이 증거였다. 조작된 시각적 기만이 판단을 집어삼켰고, 영적 분별력은 그 순간 작동을 멈췄다.
여호수아는 요단을 건넌 사람이었다. 발을 내딛자 강물이 멎었고, 여리고 성벽도 나팔 소리에 무너졌다. 하나님을 몸으로 경험했다. 그런 그가 위장된 초라함 앞에서 하나님을 향한 영적 감각을 스스로 차단해 버렸다. 오랜 신앙의 경륜도 소용이 없었다. 인간의 눈이 열리는 순간, 하나님을 향한 눈은 닫혀 버렸다.
“무리가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수9:14). 이스라엘은 묻지 않았다. 내 눈, 내 경험, 내 상식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나님의 주권을 밀어내고 스스로 그 자리를 채운 것이다. 요란한 반역이 아니었다. 조용한 생략이었다. 기도를 빼는 것, 묻기를 멈추는 것, 그것이 인간 안에 뿌리박힌 타락한 본성의 민낯이다.
화친 조약 사흘 뒤, 기브온의 정체가 드러났다. 가나안 남방 다섯 왕이 기브온을 쳤고, 이스라엘은 본의 아니게 그 전쟁에 끌려 들어갔다. 경솔한 맹세 하나가 예상치 못한 전선(戰線)을 열었다. 기도 없는 결정이 치른 대가였다.
여호수아의 그 생략을 오늘날 우리도 매일 반복한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경험을 꺼낸다. 지식을 꺼낸다. 주변의 조언을 구한다. 기도는 그다음이거나, 혹은 생략된다. 그 생략이 쌓이며 우리는 서서히 기브온의 낡은 신발에 속아 가고 있다. 절대적 기도는 구걸이 아니다. 이미 이긴 싸움을 주님의 임재 안에서 확인하는 행위이다.
이스라엘은 물을 수 있었으나 묻지 않았다. 그 생략이 참사를 불렀다. 우리에게는 찢어진 휘장 너머, 은혜의 보좌로 담대히 나아갈 그리스도의 보혈이 있다. 그 보혈의 대가를 치르고 열린 길 앞에서 무릎을 꺾지 않는다면, 그것은 십자가를 짓밟는 일이다. 기도가 멈춘 자리에 마귀의 궤계가 파고든다. 다시 그 보혈 앞에 무릎 꿇어 기도해야 한다.
/정한영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94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