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

등록날짜 [ 2006-05-15 15:04:17 ]

우리 인생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 되는 요소가 바로 가족인데도 우린 너무 가족 구성원들에게 소월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그들의 존재에 늘 감사하면서도 그 감사의 표현이 인색하여 서로에게 아픔을 주기도 한다. 이번 주 <영혼의때를위하여>에서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부부와 부모에게 각자 그동안 가슴에만 담아두고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지면으로나마 짧게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이 기회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며 화목한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제 당신의 잔소리도 즐겁소!

홍종배 집사

40여년 전 당신은 깐깐한 서울 깍쟁이였소. 왕십리 토박이인 장인어른의 1남4녀 중 장녀로 태어나 유복하게 살면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던 어여쁜 당신이 충청도 6남매의 막내이자 촌놈인 나와 결혼해준 것은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소.
결혼 후, 당신의 전도로 주님을 영접하게 되고, 성전을 따라 망원동에서 노량진으로, 그리고 또 오류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소.
젊은 날을 돌이켜보면, “여편네는 북어 패듯이 패야 한다”는 어리석은 말들에 넘어가 당신에게 살갑지 못하게 굴고, 정 없이 말해서 당신 맘에 많은 상처를 준 것들이 가장 내 맘을 아프게 하오. 여자는 스트레스의 80% 이상을 말로 푼다는 것을 모르고 당신의 말을 받아주지 못하고 세상일에 더 열중하고, 퉁명스럽게 대하던 것들이 아프게 생각되오. 그때 당신 잔소리 귀찮아하지 않고 잘 들었다면 훨씬 더 일찍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오.
올해는 내게 많이 힘든 시기였소. 두 형님과 누님 한 분이 구원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나니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져 방황을 했던 것이 사실이오. 그때 당신이 곁에서 의지가 되고 용기를 주는 말들을 해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지금껏 그런 당신의 진심들을 잔소리로 치부하며 화를 내었던 것들이 많이 미안해졌다오.
여보, 그때그때 맘을 표현 못하는 이 어리석은 남편을 용서하오. 이젠 당신의 잔소리마저 즐겁소. 당신의 잔소리 오래오래 들으면서 같이 주님 안에서 곱게 늙어가길 바랄 뿐이오.
40여년 부부로 살아오면서 돌이켜보니 즐거웠던 때보다 어려웠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지만, 그래도 서로 의지하면서 주님을 바라보며 난관을 잘 헤쳐왔던 것 같소.
“왕으로 대접 받고 싶으면 먼저 아내를 여왕으로 받들어라.”란 말이 있듯이 이제 천국 가는 그날까지 당신을 더 존중하고 당신을 내 몸같이 사랑할 것이오.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젠 당신의 건강도 보살피길… 오래오래 건강하길 기도하오.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고통 통해 당신의 소중함을 알았죠”

민문희 지역장

여보! 예수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당신을 얼마나 무시하고 정죄하며 살았는지....
그때 나의 눈과 귀는 막혀 주님의 사랑을 갖지 못하고, 보혈의 능력을 체험하지 못하여 빈곤한 영혼을 주체할 수 없었어요.
갑작스런 사업 부도로 우리 가정이 극도로 가난해지자 나는 당신을 원망하며 한탄했어요. ‘자존심을 버리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게 되었을 때 교통사고가 났었죠. 그때 하나님께서 요한복음 14장 27절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하시며 성령의 충만함으로 찾아와 주셨어요.
주님은 우리 부부를 무척이나 사랑하셨나 봐요. 그때 당신과의 갈등과 골은 점점 깊어만 갔는데, 주님은 “네 남편의 사정과 형편을 보지 말고 그 속에 있는 영혼을 보라"고 하시며 사랑의 줄로 당신과 나를 연결해 주시는 거예요. 난 그 때 생전 처음으로 영혼의 귀함을 알았어요.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온통 당신 영혼의 사모함 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매일 기도의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지요. 돌아보니 그 눈물이 소망과 생명이 되었어요. 또 주님은 남편을 섬기는 것이 주님의 법이요, 가정의 최고의 행복이라 하시며 당신께 순종하며 당신의 종이 되라고 하셨어요.
당신이 모든 삶의 터전을 강원도 양양으로 옮기며 거기서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했을 때 저는 당신을 믿고 몸부림치며 금식하고 울부짖어 기도했어요. 계속되는 빚 독촉의 고통과 모든 재산의 경매통보, 부들부들 떨며 고통 속에 빠져 신음하던 4년의 세월. 하지만 결국 주님은 우리를 승리의 길로 인도하셨지요.
생각지도 못한 어느 날 강원도의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온 당신을 보며 주님의 놀라운 사랑을 부인할 수가 없었답니다.
여보, 요즘 전 당신의 변화된 모습과 주님을 사랑하는 그 심정을 읽고 이제 당신이 대성전의 주인이 되어 전 세계의 복음사역에 쓰임받는 주인공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당신은 정말 나의 소중한 남편입니다.
 
 
 
“불효했던 지난날을 용서하세요”

이병옥 집사

아버지!
솔직히 고백드리자면 결혼 전에는, 아니 정확히 제가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는 진정 아버지의 의미와 사랑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헤치며 나가야 하는 책임, 뜨거운 여름과 또 혹한 겨울, 때로는 세상에서의 모멸과 수치도 아버지의 날개 밖으로 막으시고 사랑하는 가족을 품으로 묵묵히 안으셨던 당신의 삶. 이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왜 이처럼 두껍고 깊고 긴 시간 속에 당신의 사랑을 묻으셨습니까? 그리고 침묵하셨습니까? 조금만 얇고 더 가볍게 묻어 놓으셨더라면 바보 같은 제가 일찍 철이 들었을 것을. 가난 속에서 육남매를 키우시며 당신 힘드신 기색 한 번 안내시고 아프시다고 병원입원 한번 안하셨죠. 자식들 다 출가하고 나니 이제 발바닥 같이 되어 버린 손바닥, 굽은 어깨와 깊게 패인 주름살과 흰머리만 남으셨군요. 자식으로서의 감사가 지난날의 아버지의 삶을 어찌 다 보상해 드릴 수 있겠습니까? 다섯살배기 어린 아들이 잠깐 몸이 아파서 우는 소리를 듣는 저도 가슴 미어지는데, 병으로, 잘못으로, 불순종으로, 30년 넘게 아버지의 가슴을 찢었을 제 불효로 인하여 얼마나 마음 아프셨습니까? 지난 불효한 세월을 회개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손자들 재롱도 보시고 아버지의 말벗도 되어 드리도록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여주신 저의 사랑하는 아버지, 우리를 품으시고 구원으로 인도하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당신도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늦게나마 예수님을 만나셨지만, 이제부터 그 분의 사랑으로 위로받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날개를 열어 주님의 날개 밑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에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하신 그 주님의 품에서 늘 행복하시길 바라며, 이제는 제가 아버지를 위해 기도드릴께요. 또한 그런 바램이 아버지께서 저를 향한 바램이실거라 믿고 저 또한 주님과 아버지의 삶을 닮으려 합니다. 십자가의 묵묵한 사명을 감당하시고 우리를 품어 지금도 사랑하시는 예수님처럼, 또 한 평생을 묵묵히 날개속에 자식을 키워오신 나의 존경하는 아버지처럼. 가슴속에 새겨진 당신의 이름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아버지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만수무강하십시오.

위 글은 교회신문 <86호> 기사입니다.


    아이디 로그인

    아이디 회원가입을 하시겠습니까?
    회원가입 바로가기

    아이디/비번 찾기

    소셜 로그인

    연세광장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