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아픈 역사와 훗날의 교훈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을 읽고

등록날짜 [ 2013-10-22 10:35:51 ]


문영숙 著/푸른책들

고려인이라고도 불리는 ‘까레이스키’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서 러시아의 연해주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등 중앙아시아 곳곳에 자리를 잡은 우리 민족을 말한다. 1937년 소련은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조선을 적성이민국으로 지정, 강제 이주 정책을 단행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동화도 연해주의 신한촌에서 한인학교를 다니다가 가족과 마을 사람들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다. 18만여 명의 까레이스키들은 적성이민족이라는 범죄자로 40여 일간 향방을 모르는 처절한 시간을 보낸다. 가축용 화물열차에서 시베리아의 매서운 바람 속에 조선인들은 굶주림과 추위, 질병으로 사투의 시간을 보낸다. 동화 엄마는 기차에서 만삭의 몸으로 아이를 낳고 핏덩어리 아이와 함께 죽는다.

강제 이주에 반항한 명철과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총살당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그들의 고통과 분노가 공감이 된다. 시베리아의 대찬 눈보라와 살얼음판 같은 무게가 책 곳곳에 녹아 있어 영화를 보듯 책장을 넘기게 한다.

강제 이주로 동화네 일행이 도착한 곳은 집 한 채, 나무 한 그루 없는 눈 쌓인 허허벌판의 우슈토베. 그곳에 도착한 후 동화는 오빠와 할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갈대처럼 강인한 조선인들은 소금기 많은 척박한 갈대숲을 개간하여 벼와 곡식을 심고 농사를 짓는다. 동화는 이주 전 끌려간 아버지의 소식을 알고자 불굴의 의지로 수소문한다. 그러나 실종 20여 년 만에 확인한 것은, 아버지가 많은 지식인들과 함께 즉결처형 되었다는 것.

작가는 해외에서 활동한 독립군 후손들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던 것을 말하고자 했다. 책에서는 독립자금을 대던 동화 할아버지와 소년 밀정이었던 동화와 결혼한 태석, 홍장군이 그랬다. 작가는 지금은 기회의 땅이 된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통당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과 역사인식을 같이할 것을 강조한다.

스탈린의 지배로 공산주의 독재체제에서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아무 것도 보장받지 못했다. 독일계 러시아인들도 이주되었다가 2차 대전이 끝나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조선인은 독립 후에도 적성이민족이라는 족쇄를 스스로 벗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자국의 국민을 보호할 수 없는 약소국의 무력함과 까레이스키의 아픔과 애환이 독자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누가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했는가? 무엇보다 까레이스키들의 고통은 일제 치하에서 기인한 것이며, 나라 없는 개인의 삶은 종이짝처럼 버려진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부끄럽고 아픈 역사는 훗날을 예비하는 데 교훈이 될 것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자녀들과 함께 기도하기 전 까레이스키가 무엇을 말하는지 읽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이진숙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5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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