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훌]다시 거론되는 북한 붕괴론

등록날짜 [ 2010-02-16 10:39:07 ]

실무회담 빨리 열자는 북한과 느긋한 남한
김정일 이후 불안한 후계 구도 정국 ‘안개’


북한 붕괴론이 다시 조심스럽게 쟁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부흥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한 언론보도가 최근 북한 붕괴론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북한의 민감한 반응은 반향을 더욱 키웠다. 전에 없던 최고통치기관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은 북한 전문가들, 정부 당국자들을 다소 어리둥절케 했다. 내용은 노골적이었다.

“남한이 만든 ‘비상통치계획’이 반공화국 체제 전복계획이며 도발계획을 작성하고 주도한 청와대를 포함해 남한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 성전이 개시될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라는 게 처음 보는 것이었고 국방위원장이 김정일인 만큼 김정일의 직접적인 언사라고 생각할 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북한의 돌발 상황
그런 와중에 한 국책 연구기관의 북한의 돌발 상황 전망이 상황을 증폭시켰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권력관계의 변동에서부터 시작되며 2012년 이후에는 북한에서 김정일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김정일의 유고 상황에서는 김정일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기존의 북한체제 전망과는 달라야 하고 김정일 이후 북한은 군부쿠데타와 같은 권력지도부의 변동, 주민 소요와 폭동, 대량학살, 대량난민 발생과 같은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북한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내고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고는 지금까지는 수사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향후 모든 대화에서 남한을 배제하겠다고 하더니 남한과의 대화에 전에 없이 절박해보일 정도로 적극적이다. 2월 8일 열린 관광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북측은 3월 1일에는 개성관광, 4월 1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자며 합의 서안을 준비해왔다.

북한은 군사실무회담도 빨리 열자고 재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더 큰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흔들리는 북한 내부
급변 사태론에 대한 민감한 반응과 강력한 경고, 또 이와는 상반되는 대남접근은 북한 내부 사정에 기인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화폐개혁의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 직후 1kg에 20원이던 쌀값이 지난달 말 30배가 넘게 오른 600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환율도 1달러에 30원이던 것이 지난달 말엔 530원으로 17배 넘게 올라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때문에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고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욕설이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최고지도자에 대한 욕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북한 주민들도 이제 이판사판 심정이 되어가고 있다. 더구나 휴대폰 등 통신기기가 확산되면서 외부정보가 여과 없이 주민들에게 전파되면서 민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막느라 감청장비 등을 도입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한 북한 전문가는 화폐개혁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제에 대한 의식적인 저항이 더욱 강해지게 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까지 전망했다.

한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북한을 다 무너져 가는 집에 비유했다. 지붕과 기둥은 남아 있어서 멀리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서까래도 썩고 벽도 허물어지고 있고 문짝도 다 떨어져 허물고 새로 짓든지 대대적인 보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군사적으로는 아직 견고해 보이는데 사회.경제적으로는 거의 붕괴상태라는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이후 불안
이런 상황에서 북한 붕괴론이 십수 년 만에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 붕괴론은 주지하는 바대로 1990년대 중반 대대적으로 유행했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 수백만 아사자 발생 등으로 북한은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었다.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북한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 전망과 반대로 북한은 굳건히 버텼고 대부분의 전망은 틀렸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불안한 후계 구도 속에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불안하다. 3대 세습은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성공하더라도 수명이 길지 못할 것이며 김정일 사후 북한은 권력기관 간 권력다툼으로 자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까지 세워놓고 있다.

북한을 어떻게 6자 회담에 복귀시키고 비핵화하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강구해야하는 시점이다.

위 글은 교회신문 <18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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