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훌] 한반도 평화 위한 전환적 2010년
북한의 핵 포기 결단만이 ‘회복’과 ‘안정’ 보장 받을 수 있어

등록날짜 [ 2010-01-18 14:46:51 ]

60년 만에 돌아온 경인년(庚寅年) 백호해인 올 2010년은 남북관계에도 백호가 가지는 의미만큼이나 어느 해보다 전환적 의미를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일 강제 병합 100주년에 해방 65주년, 한국전쟁 60주년, 6.15 공동선언 10주년과 같은 굵직한 기념일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으며 남북은 이를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노동당 창건 65주년과 북미 공동코뮈니케 10주년 등이 더해지는 북한으로서는 남한보다 한층 더 의미가 새로운 해로 부각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올해가 중대 고비다. 사상강국, 군사강국을 이뤘다고 자평하는 북한은 이제 경제강국만 달성하면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고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이런 강성대국 선포를 2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어떻게든 올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화폐개혁은 계획경제를 강화하고 물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북한 당국의 고육지책 가운데 하나다. 흔들리는 계획경제를 바로 세우고 가시적인 경제회복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올해 인민 생활 향상에 국가적 목표를 두고 있다.
북한은 신년 공동 사설에서까지 “올해에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며 경공업과 농업을 강조하고 나섰다. 중공업과 군사우선주의의 북한으로서는 전에 없던 일이다. 또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올해 중국과 러시아에 인접해 있는 라선시를 특별시로 지정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라선시는 1991년 12월 ‘자유 경제무역지구’로 지정된 후 개성, 남포와 함께 ‘특급시’로 운영돼 왔지만 외국기업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개발이 정체되어 왔다. 이런 라선시를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은 혹한의 추위 속에 처음으로 현지지도를 해 경제 회복의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내부적인 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북한은 스스로 일어설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부지원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올해엔 발판을 놓고 늦어도 2011년부터라도 외부지원이 들어와야 경제 회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 그래야 주민들을 설득하고 자긍심과 충성도를 높여 놓아야만 정권의 운명이 걸린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이뤄낼 기반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설이 나돌고 있지만 중국이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원할 것 같지는 않고 결국은 미국과 남한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우호적인 외부환경이 조성이 전제돼야 하지만 역시 핵이 걸림돌이다. 미국과 남한은 핵 문제 해결 없이 관계개선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핵위기에 진저리를 내고 있고 이제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돈 주고 살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다. 남한은 북한이 ‘그랜드 바겐’에 호응해 오지 않으면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체제 수호를 위해 개발한 핵이 거꾸로 북한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시간도 북한 편이 아니다. 과거에 북한은 4,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시간적 여유를 누렸다. 그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지금보다 건강했고 15년에서 20년 정도는 끄떡없이 버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중풍으로 쓰러지면서 갑자기 상황이 역전되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1월부터 갑자기 금기시되던 후계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상반기에는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 6자 회담 영구 불참 선언, 우라늄 농축 시인 등 온갖 충격적인 조치들을 내놓았다. 그러더니 하반기에는 갑자기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대화를 촉구하며 전 방위적으로 유화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행보는 과거와 분명 다른 모습이었고 잠시 남한과 미국도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초조함을 드러냈을 뿐이다.

올해 북한은 6자 회담 복귀를 시작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가운데 미국과 남한을 상대로 정상회담 등 더욱 적극적인 구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맞춰 북일관계도 개선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회복과 2012년 강성대국 선포가 일차적 목표이며 최종 목표는 안정적인 후계 구도 정착이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올해 병행 추진될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핵 포기 결단 없이는 이런 것들이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올해 시간에 쫓기고 건강 악화에 몰린 김 위원장이 핵 폐기와 관련한 통 큰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60년 전 백호의 해에는 비극적인 한국전쟁이 발발했지만 이번 백호해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지 실낱 같은 기대가 싹 트고 있다.

위 글은 교회신문 <1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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