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고립 벗어나려는 북한... 치열한 외교전

등록날짜 [ 2014-09-16 15:54:25 ]

지난 8월 16일 미 당국자들이 군용기 편을 이용해 평양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미 군용기는 괌에서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것으로 보인다.

누가 타고, 무슨 목적으로 갔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미 당국자들의 극비 방북은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들에 대한 재판절차를 본격 진행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억류 미국인을 빨리 석방하라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미국 여론의 압박도 심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인들의 석방을 희망하고 있다. 미국은 내일(14일) 억류 미국인 세 명 중 밀러 매슈 도드 씨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미국을 더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반응에 따라 형량이 무거워질 수도 있다.
 

또 북한 리수용 외무상은 지난 1999년 백남순 외무상에 이어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 만에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미국은 북·미 접촉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리수용 외무상이 뉴욕에서 연설만 하고 돌아갈 것이란 관측은 설득력이 약하다.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지난 6일 독일을 시작으로 벨기에, 스위스 등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하지만 강 비서가 유럽에서 유럽 인사들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8일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같은 호텔에 머무른 것으로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확인했다.

유럽에 가서 일본과 극비리에 접촉한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일본과 연쇄 극비 접촉인 셈이다. 애초 이달 초 일본 측에 제출하기로 약속한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 보고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 관계에도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하반기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중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러시아 관계를 개선해 외교적 고립감을 떨치려는 듯하다.
 

북한이 외교적 공세를 펼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북한의 움직임을 수수방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외교부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이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8일 워싱턴을 급거 방문했다. 황 본부장은 “북핵과 북한 상황, 또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 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황 본부장의 방미는 사전 협의의 성격도 있다. 김관진 실장은 다음 달에는 중국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남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접근을 피하고 있다.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부정적인 반응만 내비칠 뿐 공식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면서도 5.24 조치 해제 등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를 계속 촉구하며 여론을 통한 압박을 꾀하고 있다.

북한은 정면대응은 피하면서 미국과 일본, 러시아, 또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만든 뒤에 남한을 압박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전방위적인 외교공세는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핵과 미사일, 인권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 북미 관계 개선은 어렵고, 중국 관계도 돌이키기 어렵다.

중국 외교정책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추수롱 칭화대 국제전략발전연구소장이 지난 12일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토론회에서 “북한이 사라지면 중국은 더 편할 것이며, 북한이 중국에 이익보다는 골칫거리만 줬고 통일 한국의 미군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추 교수는 2년 전인 지난 2012년 5월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미 동맹이 중국을 겨냥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며 정반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추 교수의 발언이 중국 정부의 묵인하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북·중은 점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결국 북한이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기적인 외교전술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개혁개방에 나설 때만 열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우리식 사회주의’를 주변국에 관철하려고 하면 할수록 모래 수렁처럼 깊이 빠져들 뿐이다. 혈맹이던 중국마저 북한에 점점 등을 돌리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정치부 통일안보외교팀장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40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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