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변화를 원한다면 회개로 잘못된 과거부터 청산해야

등록날짜 [ 2017-09-05 13:46:31 ]

진정한 회개는 죄 사함뿐 아니라 혁명적 변화 이끌어 낼 수 있어
개인뿐 아니라 집단 구원에 있어서도 회개로 과거 청산하는 것이 중요해
회개와 청산은 고통스럽지만 병든 우리 사회를 치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기독교와 다른 종교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개’를 강조하는 데 있다. 회개는 단순한 후회, 자책 그리고 태도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죄의 속성을 깨달으면서 죄에서 완전히 돌아서는 근본적 변화를 말한다. 대속과 구원은 회개를 전제로 하기에 기독교에서 ‘회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일 수밖에 없다.

예수는 회개가 천국에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가르치면서(마3:2) 공생애의 출발을 ‘회개하라’는 외침으로 시작했다. 다른 종교는 오랜 수행이나 선행을 통해, 혹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의 힘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 종교의 면모를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기독교는 절대자의 공의와 인류를 향한 대속의 사랑을 동시에 인정하면서 회개해야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초월적 종교다.

진정한 회개는 죄를 씻는 것뿐 아니라 사람 자체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는데, 예수의 핍박자 사울이 회개하고 바울이 되어 사도로 순교까지 한 것이 대표적 예다. 물론 인간은 나약해서 회개하고 돌이킨 후에도 죄를 짓지만, 살아 있는 동안 계속 회개하고 그것을 통해 다시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회개가 없다면 기독교도 여타 종교와 차별성이 전혀 없을 것이다.

회개는 개인뿐 아니라 집단의 구원에도 중요하다. 선지자 요나의 외침을 듣고 금식을 선포하며 굵은 베옷을 입고 회개해 신의 심판을 피한 니느웨 백성 이야기가 대표적이다(욘3:4~10). 구약 시대에는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왕에서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옷을 찢으면서 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블레셋의 거듭된 침략에 고통을 받던 이스라엘 백성이 사무엘의 외침을 듣고 미스바에 모여 회개하자 여호와께서 블레셋 사람에게 우레를 발해 전쟁에서 이긴 ‘에벤에셀’이 유명하다. 왕정 시대에도 히스기야나 요시야처럼 우상 제단을 허물고 국가적인 회개를 앞장서 추진해 국가를 부흥시킨 예가 많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회개를 통해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고 부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병든 사회를 치유하는 원리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언가 근본적인 변화와 소생이 있으려면 악에서 돌이켜야 하지만 선행되어야 할 점은 그간 쌓인 죄와 병폐를 회개해서 청산하는 것이다. 가룟 유다처럼 제대로 죄를 고백하지 않고 죄책에 빠져 자살하는 것은 회개가 아닌 저주에 불과하다.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절대자에게 고해야 할 뿐 아니라 회개에 따르는 변화를 보여 주어야 한다. 한 집단이 건강해지고 성장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족적 구원이 회개를 통해 가능하다면 비슷한 맥락으로 사회의 건강함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과 변화를 통해 가능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에는 알게 모르게 온정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어 제대로 과거를 청산하지 못하고 늘 찌꺼기처럼 뭔가를 남긴다. 해방을 맞았을 때 친일 잔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파가 득세한 것이 대표적 예다. 한국의 친일 청산은 나치 부역자를 철저하게 엄단한 프랑스와 비교된다. 우리 시대만 보아도 큰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슬며시 복귀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언제부터 사회 곳곳에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잔인하고 패륜적인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물질적 이익을 위해서 희생도 당연시하는 물신적 태도가 만연한 것은 우리 사회가 병들었다는 증거다. 사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과거 청산은 정치 영역뿐 아니라 잘못된 공동체의 도덕의식과 사회적 가치관까지 겨냥해야 한다. 회개와 청산은 고통스럽지만 구원과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김석 집사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現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위 글은 교회신문 <54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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