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안보 향방 달렸다

등록날짜 [ 2018-05-23 16:28:16 ]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는 북한 향한 경고 메시지 강해

내달 12일 미·북 정상회담서 원론적 합의에 그칠 경우
북핵 위협 상황에 내몰릴 수도


미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공개했다.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다. 판문점 설도 있었지만 싱가포르였다. 싱가포르는 정치색이 짙지 않고 미국과 북한 모두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인 데다 치안과 기반 시설이 우수해 회담 최적지로 꼽힌다. 미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벌써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히 성공적”이며 “정상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고 김정은은 방북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도 이례적이지만 정반대에 서서 으르렁거리던 양측이 모두 만족한다고 하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폼페이오와 악수하며 파안대소하는 사진을 이례적으로 내보냈다. 그만큼 만족하며 자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이든 김정은이든 지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궁금증만 한껏 키우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협상이든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굴복하든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미·북 양측의 기대감에도 한 달 후 싱가포르 미·북 담판에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의 입장은 더 강경해졌다.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에서 PVID(Permanent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in)로 강화됐다. ‘완전한’ 핵 폐기에서 ‘영구적인’ 핵 폐기로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단순히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넘어서 핵 개발 능력을 영원히 제거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북한 보란 듯 미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발표 이틀 전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협정 당사국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말렸지만 탈퇴를 강행했다. 동맹국들의 만류도 통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핵 협정 탈퇴가 미·북 정상회담에 주는 시사점은 예사롭지 않다. 이란 핵 협정 체결과 이행 과정이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런 이란 핵 협정을 강력히 비판하며 탈퇴를 공언해 왔고 그대로 실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책 『불구가 된 미국』에서 비판한 내용을 보자. “(이란이) 모든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하게 하고, 모든 원심분리기를 파괴하며, 언제 어디서든 현장 사찰을 허용하는 조건이 아니면 절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 우리는 이 중 하나도 얻어 내지 못했다. 게다가 동결했던 수십억 달러어치의 자산까지 풀어 주었다. 말 그대로 형편없는 합의 내용을 받아 주는 조건으로 돈까지 내준 셈이다.” 이란은 핵 개발에 관한 한, 중동의 북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 핵 협정에 대한 미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과 반성이 북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물러선 것 같지도 않다. 앞서 폼페이오와의 합의가 만족했다는 반응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미국이 요구한 영구적 핵 폐기에 합의했다면 김정은이 노동신문에 파안대소하는 모습을 공개할 수 있었을까? 지난달 20일 북한은 노동당 전원 회의를 개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매듭짓고 경제건설에 집중한다고 결정했다. 핵무기는 이미 완성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ICBM 발사 중단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은 핵 폐기라고 보기 어려우며 사실상 동결 선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은 지난해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ICBM을 더 쏠 필요도, 핵실험도 할 필요가 없다며 이를 비핵화 의지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핵 전문가들은 6차 핵실험까지 마친 북한은 핵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두 확보해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제 없어도 그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로서 미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이나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만족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종적인 비핵화의 수준이나 방법, 기한 등은 정상회담에서 담판 지을 것이다. 현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 중 가장 최선의 결과는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6개월 혹은 1년 이내 등으로 시한을 정해 완전한 핵 폐기에 합의하고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이다. 차선으로는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에 동의하지만 세부 일정은 후속 회담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시간을 벌 수 있고 과거 합의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게 된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힐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최악은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원론적 합의만 하고 더는 실질적인 후속 조치들에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다. 최선의 결과가 아니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위협 아래 살도록 강제당할 수 있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대한민국 안보의 향방이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결정된다.



/이웅수 집사
KBS 보도국 기자
신문발행국 논설위원


 

위 글은 교회신문 <57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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