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훌] 이기주의 극복과 공존의 지혜

등록날짜 [ 2022-01-04 14:07:09 ]

사회 만연한 자신만 아는 개인주의

공동체 해체와 공멸만 가져올 뿐

“네 이웃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성경 말씀에서 상생할 해답 찾아야


40대 이상은 실감하겠지만 사회 변화가 정말 빠르고, 복잡하다. 메타버스(Metaverse)처럼 사이버 기술을 통한 제2의 삶의 공간과 캐릭터를 활용하는 산업의 확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동화 등 테크놀로지 변화는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바꾼다.


전보다 온라인 활동 영역이 주가 되고 사회제도가 다변화하면서 1인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개인주의 문화도 심화된다. 전통적인 학교, 지역, 교회, 취미 같은 분야에서 구성원들 간의 관계도 점점 바뀌고 공동체 사회가 급격히 해체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점점 개인주의와 계산적 대응이 두드러진다. 학생들끼리 토론할 때도 같은 과 학생들끼리 동질감으로 뭉치거나 서로에 대한 우애를 느끼기보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거부할 때가 많다. 신앙을 나누는 교회에서도 등록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예배만 보는 유목민 신자들이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하이테크놀로지가 보편화하고, 개인 영역이 더 확장되고, 권리의식이 발달하면서 전통적으로 우리가 지녔던 미덕과 삶의 태도도 퇴보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회식을 하거나 공동으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혼자 즐기는 것을 좋아하며, 조직이 필요해도 내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업도 예전처럼 자아실현의 차원이 아니라 단순한 생계 수단으로 변질해 프리랜서처럼 그때그때 돈을 벌어 소비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러면서 개인주의와 관련한 여러 폐해도 점점 늘어나고 사회가 살벌해진다. 인터넷 같은 곳에 악성 댓글이 늘어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혐오 표현이 난무하며,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존재를 벌레처럼 배척하는 태도도 자주 보인다. 남성과 여성의 젠더 갈등도 심화해 서로를 적대하고, 세대 갈등도 피부에 와닿을 만큼 위험한 수위에 이르렀다. 사회가 고도로 물질화되고 생산성만 중시하는 가운데 이기주의를 합리주의와 동일시하면서 정당화하고, ‘나만 좋으면 남은 상관없다’는 극단의 편익 주의가 점점 전통문화를 대체하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토마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21세기에 전 지구적으로, 더 폭력적인 양상으로 재현되면서 구조화되는 것을 보며 멸망의 징조인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기주의는 공동체 간에도 예외가 아니다. 백신을 예로 들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백신의 89%를 주요 선진국 20국이 독점하면서 아프리카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끊임없이 코로나 변종이 만들어진다. 요즘 한창 위세를 떨치는 오미크론 바이러스 변종은 백신 접종률이 20%에 머무는 보츠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생했다. 오죽하면 유엔 사무총장이 이런 식으로 각국이 이기적 정책을 이어 간다면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국제적 협력을 강조했겠는가.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면 결국 강자만 살아남고, 그나마 그 자리도 계속 바뀌게 된다. 코로나 백신에서 보듯 한 나라가 아무리 방역과 예방을 철저히 해도 다른 나라가 그만큼 방역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재앙은 멈추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 “제발 그만해, 이렇게 하면 모두 다 죽어”라는 대사가 지금처럼 절절할 때도 없다.


“곡식을 벨 때 그 한 뭇을 밭에 잊어버렸거든 다시 가서 취하지 말고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버려두라”(신24:19)라는 말처럼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관습과 윤리 중에 가난한 자, 과부나 이방인을 보살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공동체 존속을 위해 율법이 명한 최소의 규범이다. 새해에는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배우면 좋겠다.



위 글은 교회신문 <731호> 기사입니다.


김석 집사
現 건국대 철학과 교수 철학박사(프랑스 현대철학)
신문발행국 논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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