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철든 신앙인으로 나아가길

등록날짜 [ 2012-03-29 14:18:05 ]

둘째 딸아이가 어느새 사춘기인가 보다. 예전에는 잘못을 지적하면 잠잠히 듣거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더니 요즘은 그럴싸한 이유로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때로는 불만을 터뜨리며 도중에 자리를 뜨기도 한다.

지금까지 키워준 보람도 없이 부모한테 버릇없이 구는 아이가 괘씸하다가도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문득 나 역시도 하나님 앞에서 둘째 딸과 같은 모습이 아닌지 반추해 본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온갖 고난에 휘청거리던 때가 있었다.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문제들에 치여 내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살 소망조차 없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오직 하나님만이 나를 살려 주실 분이라며 눈물로 통곡하며 지난날 잘못 살았던 죄를 회개했을 때 하나님은 한없는 사랑으로 나를 위로하셨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셨다.

그 크신 은혜에 감사하여 열심히 충성하며 영혼도 육체도 건강하게 회복이 되었건만 지금 내 모습은 어떤가. 하나님께서 ‘기도해라, 힘들어하는 사람 도와줘라' 하실 때마다 그럴싸한 이유를 대며 거절하는 내 모습이 둘째 딸과 똑 닮아있었다.

흔히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라고 한다. 자아정체성은 내가 누구인지,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어떠한 지위와 역할에서도 일관된 ‘나’를 유지해 가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청소년기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업이다.

에릭슨(Erikson)은 만약 자아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가져와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나와 남을 파괴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 중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란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자는 오직 예수 한 분이라는 확실한 구원관으로 하나님의 속성을 내 안에 정립시켜 어떠한 지위에 오르거나 어떠한 역할을 할지라도 성령의 열매(갈5:22~23)를 맺는 삶으로 일관된 나를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의 속성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는 것이라고 했다(고전13:4~7).

한 영혼, 한 영혼에게 관심이 많으신 하나님의 사랑을 내면화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을 의지함으로 성령님의 인도함을 받으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낼 때 수많은 영혼도 구원하리라 믿는다.

나이를 먹고 신앙생활을 오래 했다고 해도 아직까지 다듬어지지 않아 유아적인 신앙의 모습을 매 순간 발견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신앙의 청소년기에만 오래 머물러 불행을 자초하지 않도록 오늘도 정신 차려 깨어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황연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28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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