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도록

등록날짜 [ 2012-12-26 13:15:04 ]

모든 자녀는 부모보다 지능이 우수한 편
조급함이 아이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

청출어람(靑出於藍),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낫다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과거 바둑계에서는 제자 이창호가 스승 조훈현을 꺾고 3연패(連覇)를 달성한 적이 있다. 최근에 김연아, 박태환 선수가 이룬 경지는 이전 세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 것이었다.

뉴질랜드 정치학자 제임스 플린은 거의 언제나 구세대 평균지능보다 신세대 평균지능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천재 아버지의 자녀가 그 아버지보다 더 뛰어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대체로 우수하면서도 평균에 가까웠다고 하는데, 이것을 실험심리학에서는 ‘평균으로 회귀’라고 부른다.

부모보다 못한 자식이나 부모보다 뛰어난 자식이 모두 설명이 된다. 유전학적 요소가 인류에게 희망과 겸손을 동시에 가르쳐주는 듯하다.

이로 볼 때, 우리가 우리보다 더 똑똑한 세대를 키워내고 있는 것이니, 참으로 뿌듯하고 바람직하다. 그런데 우리네 삶의 현실 속에는 왜 부모의 기대를 뛰어넘는 자녀보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녀가 더 많을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 또래 동네 엄마들과 자주 접하게 된다. 아이들끼리 친하니 엄마들도 함께 어울리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녀교육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때로는 유익한 정보를 얻어서 기분이 좋기도 하고, 때로는 ‘이것은 좀 과하다’ 싶은 생각에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자녀의 학습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이 정도는 기본이야” 하면서 자기 자녀에게 학습지를 몇 개씩이나 받아보게 하고, 학원을 몇 군데 보내는지 자랑하는 동네 엄마가 꼭 있다. 그러면 조기교육에 느슨하던 엄마들도 긴장해서 ‘우리 아이만 너무 늦는 건 아닐까?’ 하며 불안해한다. 그래서 요즘은 ‘동네 엄마가 문제’라는 말도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있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도 있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다. 그런 다양한 아이들을 ‘학교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결과로만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재능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 사회가 추구하고 중요시하는 잣대에 따라 재능이 달리 평가를 받겠지만, 그 기준에 따라 우리 아이를 우등생 또는 열등생으로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단정 짓는 순간에 누군가 우리 아이를 차별하게 되고 아이들에게 서열을 매긴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사회적 조건에 길든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 중에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점도 기억하자.

아이들에게 올바른 인생 목표를 제시하되 무조건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아이들의 재능이 다 다른 만큼 각자 지닌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김영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1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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