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인본주의 문화를 경계하며

등록날짜 [ 2013-12-10 09:51:28 ]

최근 출판시장에 불황이 깊어가는데도 책 한 권을 사려고 몇 백 미터나 되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져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도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사기 위해서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몇 안 되는 일본작가로 현대 도시 젊은이들의 고독, 외로움, 갈등과 방황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이 품고 있는 고독과 방황, 사랑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감각적이라는 것과 그런 방황과 자극적인 사랑이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합리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교육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능 입시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는 젊은이들에게 대학이란 잠재되고 억눌려 있었던 자유의지를 방출하는 공간으로 전락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자유를 만끽하다 보면 슬며시 자기 존재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통해 헤쳐 나올 수 없는 자기 혼돈 상태로 더 깊숙이 빠져들 수 있습니다. 하루키는 젊은이들의 이런 특성을 문학에 적용하여 그 가치 혼란과 정체성 혼돈의 시기를 청년들이 깨고 나오기 위한 진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그런 고독과 아픔, 방황을 미화하고 합리화해 젊은이들로 하여금 작가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도록 유인하는 역할을 자처하곤 합니다.

이번 하루키의 신작에도 지난 그의 작품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하루키 역시 모든 작품의 말미에 젊은이들이 고독과 방황을 넘어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방안을 제시하긴 합니다. 그건 다름 아닌 다시 그 삶으로 들어가서 그 삶과 투쟁하며 싸우라는 것입니다.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그 삶이란 공간에서 이탈되지 말고 들어가서 견디어 냈을 때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합니다. 누구에게나 그 고통을 견디어 내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얼핏 듣기에 이 대안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하루키가 제시하고 있는 대안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그 안에는 예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 없이 누구나 자기만의 힘으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인본주의적인 발상과 접근법은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삶의 방식입니다. 이런 접근은 진정한 크리스천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몇 년 전 ‘긍정의 힘’으로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조엘 오스틴은 지금도 미국에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조엘 오스틴의 설교에는 예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핵심은 한마디로 ‘자기 훈련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예수의 힘이 아니라 인간이 지속적으로 내성을 훈련해 습관을 고치면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우리는 이 시대 문화를 다스리는 어두움의 실체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 실체에는 인간중심적인 인본주의가 가장 두텁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항상 깨어 있어 그 문화를 다스리는 어두움의 실체를 깨뜨리고 예수를 통한 변화, 즉 ‘거듭남’을 통해서만이 우리는 진정한 자기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용훈 집사
해외선교국

위 글은 교회신문 <364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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