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재물로 사람의 가치를 말할 수 있나

등록날짜 [ 2013-09-11 09:19:24 ]

프란츠 카프카가 쓴 『변신』이란 책이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불안한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의 변신은 이렇듯 무심하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처럼 일어났다.

벌레로 변하기 전까지 그는 언제나 가족을 부양하고자 희생했고,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보다는 집안의 안위를 걱정하며 돈 버는 일에 매달리는 자본주의 속 일반적인 한 사람으로 살았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서 남들 비위를 맞추며 일했고, 그렇게 번 돈은 아버지가 떠넘긴 부채를 갚는 데 쏟아부었다. 또 여동생이 지닌 음악적 재능을 키워 주려고 조금 더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열심히 벌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그를 벌레로 변신시킨 카프카는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을까.

자본주의 속에서 사는 우리는 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존재하려고, 또는 행복하려고 돈을 좇다 보면 어느새 주객이 바뀌어 돈 자체가 인생을 사는 목적이 되고, 어느새 객체로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처럼….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을 말해 줍니다.”

아파트 또는 자동차 광고 카피에서 우리가 수없이 들어온 문구들이다. 이런 문구를 동원하여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주입하는 이유는 돈을 지불하여 광고하는 그 집, 그 차, 그 가방, 즉 명품을 사라는 속내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돈을 지불하고 산 물건으로 자신이 지닌 가치를 나타내라고 요구한다.

나는 누구인가. 내 존재가 과연 돈으로 구입한 그 어떤 물건으로 드러날 수 있는 가치인가.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너무도 쉽게 나를, 그리고 타인을 그가 소유한 재물로 평가해 버린다. 한 사람을 바라볼 때 그가 가진 재물, 학력, 집, 자동차로 한 인간이 지닌 가치를 과대평가 또는 평가절하 해 버리는 것이다.

사는 집이 말해 주는 사항은 고작 그가 가진 경제력, 또는 그 사람이 선호하는 주택 취향일 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어느새 우리의 의식 속에는 경제력, 즉 돈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주요한 잣대가 된 듯하다. 사람 됨됨이가 아무리 좋더라도 가진 재물이 없다면 그 사람을 탐욕스러운 부자보다 낫게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성경에서도 돈 때문에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친 사례들이 있다. 땅값을 감춘 아나니아와 삽비라, 예수께 아버지의 재산 상속 문제를 상의하러 왔던 청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은,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외적 조건으로 보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나의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16:7).

우리 인생의 초점은 영혼의 때에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는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으니, 주객이 뒤바뀐 판단을 하지 않게 마음 잣대를 올바로 가져야겠다. 과연 내 인생은 어디를 겨냥하는지, 나는 어디서 와서 결국 어디로 가는지,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김영희 기자

위 글은 교회신문 <35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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