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갱년기 유감-세월의 야속함

등록날짜 [ 2015-09-22 17:10:22 ]

맹렬히 타오르던 여름이 저만치 사라졌다. 그리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은 선들바람을 가슴에 품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 탐스럽게 영글어 가는 열매가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실감케 한다.

 

인생의 가을을 지나가는 즈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신체 이상 신호가 당혹스럽기만 하다. 눈이 침침해지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화장품 뒷면의 깨알 같은 안내 글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심장이 쿵쾅거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잦은 우울감과 건망증,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상 신호도 만만찮다.

 

순순하게 지나치던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쉬 접하는 문제를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때가 잦아진다. 문제 대응 시 시기적절한 판단과 해결 능력을 점차 상실하는 듯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른바, 갱년기 증상이다.

 

여성의 폐경과 함께 진행되는 갱년기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에 걸쳐 시작되는데 개인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이때부터 신체 내·외적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증상을 ‘갱년기 증후군’이라 부른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결핍 현상이라 볼 수 있는 갱년기 증상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생활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대개 안면 홍조, 발한, 두근거림, 수면 장애와 함께 비뇨 생식기 위축 증상이 나타난다. 여자를 가장 슬프게 하는 피부 변화인 주름살이 늘고, 뼈의 변화는 관절통과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지질대사의 변화는 심혈관 질환을 야기해 심근경색과 심장 발작을 일으켜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탈모, 남성화 현상도 여기에 해당한다.

 

정서불안, 초조, 불면 증상은 자녀가 독립한 후 더욱 심화된다. 이로 말미암은 우울감은 신체 증상을 더욱 악화한다. 갱년기 증상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여성이 일생 중 겪는 생리적 변화, 곧 노화의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걸맞을 듯싶다. 남녀 불문하고 노화에 따른 일반적 증상이고 사회생활 은퇴로 말미암은 정신적 위축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노인의 일상생활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80세 어르신의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손목과 다리에 모래주머니와 각목을 댄 보조기를 부착했다. 백내장과 녹내장을 직접 경험하도록 시력 약화 처리된 안경을 쓰고 손의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장갑을 끼고 등에는 어깨가 굽어지도록 플라스틱 패널을 붙였다.

 

가상 체험이었지만 노인의 행동과 감각 수준을 경험하고는 어르신의 일상이 얼마나 고단한지, 어르신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알게 됐다.

 

체험복을 착용한 채 접하는 모든 사물은 두려움과 고통의 대상이었다. 소파에 앉는 것, 무엇보다 바닥에 잘 펼쳐 놓은 이부자리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게 그토록 힘든 일인 줄 미처 몰랐다.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고 감정 기복이 심한 ‘롤러코스터 엄마’인 내 모습이 부끄럽기만 했다. 하나님 말씀 안에서 넉넉히 풍족하고 행복한 시간을 모두 잊어버린 채, 세월의 흐름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갱년기 증상은 호르몬 요법과 유산소운동, 적절한 영양 안배 같은 노력과 가족, 사회 조직원 간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비법은 뭐니 뭐니 해도 하나님 말씀 안에서 누리는 자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장선화 권사
 

위 글은 교회신문 <45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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