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열심히 벌어도 통장이 가벼운 이유

등록날짜 [ 2017-03-06 12:50:45 ]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에 자꾸 쓸데없는 제품 충동구매하게 돼
설날축복대성회 은혜받고 신령한 즐거움 위해 성경 읽고 기도하기로

두어 달 전 일이다. 그 화장품 생각이 며칠째 났다. ‘살까? 아니야, 가격이 비싸.’ ‘말까? 안 돼, 그거 바르면 피부가 도자기처럼 된다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살까 말까 고민했다. 민낯이 예쁘기로 유명한 연예인이 실제 사용하는 제품이라 소문을 타고 몇백만 개가 팔렸단다.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유명 뷰티 블로거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물론 그 블로거들은 광고 대가로 제품을 협찬받거나 돈을 받기도 하겠지. 하여튼 뭔가에 마음이 꽂히면 다른 말은 들어오지 않는 내 성격 탓에 오직 그 제품을 샀을 때 내 피부가 얼마나 빛날까만 생각했다.

며칠 고민하다가 백화점에 가서 기어이 그 제품을 사고 말았다. 비싼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머릿속에는 ‘다른 데서 돈 좀 아끼지 뭐’라고 합리화했다. 신나는 마음으로 받아들고는 근처 커피숍에서 열었다가 닫았다가 만지작거리며 무척 좋아했다. 집으로 돌아와 얼굴에 발라보았다. ‘꿀광’ 피부를 만들어 준다던 그 제품, 햇빛 아래서 더 예쁜 광을 발한다던 그 제품! 그런데 그걸 발랐을 때, 사람들의 눈빛은 흔히 ‘개기름’으로 표현하는 유분기 많은 여자로 나를 쳐다보더라는 슬픈 후기….

다시 몇 주가 지났다. 나는 또 다른 제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윽한 눈매를 완성해 준다는 어느 브랜드의 음영 아이섀도. ‘연예인 누구누구가 사용하는 제품인데 분위기 있어 보이고 눈매가 깊어 보인다’는 말에 또 혹한 것이다. 며칠 마음이 들썩들썩했다. 하지만 사지 않았다. 그즈음 열린 설날축복대성회에서 외모지상주의를 꾸짖는 담임목사님 설교에 은혜받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0대 시절엔 외국 록 밴드에, 20대엔 구두와 옷에 마음과 시간과 돈을 빼앗겼다. 30대인 지금은 노화 방지 화장품에 종종 마음을 빼앗긴다. 손에 쥐고 나면 잠깐 만족하다가 며칠 뒤엔 시큰둥해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소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을 봐도 누군가는 프라이팬, 냄비, 그릇 같은 살림 집기에, 또 누군가는 청소 용품에, 또 누군가는 립스틱 제품에 마음을 뺏겨 쓸 만한 게 있는데도 계속 사들인다. 그렇게 사들인 대가로 월급을 받아도 빡빡하고 여유가 없다. 그러느라 베푸는 데는 늘 인색하다.

말세에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한다고 했다(딤후3:2). 딱 내가 그렇다. 더는 곳곳에서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좀 더 멋져 보이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외모지상주의에서도 벗어나자. 이제는 좀 더 무한하고 신령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그래서 성경 읽기를 시작했고, 기도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남편도 여기에 동참해 스마트폰을 없앴다. 의미 없는 검색과 인터넷 쇼핑하는 시간을 버리고,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성경 읽고 늦게 퇴근하더라도 기도하러 교회에 간다.

아직도 버릴 것이 많다. 소비할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보니 자칫 마음을 놓으면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 무의미한 것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럴지라도 우리의 중심만은 빼앗기지 말자. 예수께서 사망과 저주와 지옥에서 우리를 주로 값 주고 사셨으니 내 몸과 내 마음, 내 시간과 돈의 주인은 오직 주님이시다.


/김은혜 집사
75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51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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