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살아 있음은 기적이다

등록날짜 [ 2017-04-03 21:11:04 ]

죽음 목전에 둔 환자들에게
매일 삶과 죽음, 복음 전하며
생명 넘치는 영적생활 하는 것 감사해


노인요양병원 중환자실에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을 떠나는 이가 매일 한두 명씩 있다. 떠나는 부모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자식들은 그저 눈물만 흘린다. 그래도 우리 교회 성도들의 부모는 행복하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순간까지 자녀는 물론 며느리, 사위까지 와서 곁을 지킨다. 또 교구장, 지역장, 구역장, 기관장 등 믿음의 식구들이 예수 십자가 피의 복음을 전해 그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밤을 지새우며 함께한다. 정말 우리 교회 성도처럼 부모의 마지막 길을 기도로 예비해 주는 분들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하루는 금요철야예배가 끝날 즈음, 병원에서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어느 한 남자가 병원 앞에서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가족인 듯했다. 큰아들이라는 남자는 유난히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느냐!” 자정이 됐지만 그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소동이 점차 심해져서 병원 전체 불을 켜야 했다. 병원이 갑자기 환해지자 머쓱했는지 그제야 난동을 멈추었다.

알아보니 그 아들은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찌 됐든 불효를 하다 막상 부친의 부음을 받고 보니 아버지를 여읜 슬픔에 순간적으로 거친 행동을 한 것이다. 준비하지 못하다가 부모와 영영 이별해야 하는 모습을 보자니 안타까웠다.

노인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그렇게 급박하게 임종을 맞는 분들이 있다. 우리 노인요양병원에서 매주 금요일에 구역예배를 드리는 이유다. 예배드리면서 천국과 지옥이 분명히 있다고 말해 주고, 예수 십자가 피의 공로 앞에 죄를 회개해 구원받고 꼭 천국 가라고 복음을 전한다.

천국과 지옥을 전하는 것은 이제 우리 병원의 필수 코스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드시 천국에 들어갈 믿음을 갖게 전도하는 것이 내가 병원을 운영하고, 행정원장으로 일하는 사명이라고 믿는다.

‘살아 있다’는 것보다 큰 감사가 있을까. 하루 건너 임종자들과 함께하는 노인요양병원의 하루하루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날들이다. 매일 아침 습관처럼 눈을 뜨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오늘 아침만 해도 다시 눈을 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분이 얼마나 많은가.
또 육신의 생존뿐 아니라 영적으로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한 적이 있는가. 주를 위해 숨 쉬고, 걷고, 달리고, 전도할 수 있음에 감사해 본 적이 있는가.

살아 있음은 기적이다. 기적은 감사의 충분조건임이 틀림없다. 주 안에서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면 지금 내가 있는 자리가 곧 천국이다. 감사한다고 당장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감사할 때 우리 자신이 바뀐다. 우리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인생을 보는 시각과 깊이가 달라진다.

노인요양병원에 있다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해 여러 상념에 잠긴다.

중환자실 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간다. 곧 영혼의 때가 닥치니 준비하라는 주님의 다그침처럼.



/김세련 집사(19여전도회)
바오로요양병원 행정원장

위 글은 교회신문 <522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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