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돈 몇 푼보다 ‘일자리’가 노인 복지

등록날짜 [ 2018-09-03 15:58:53 ]

고령사회 진입하면서 노인 빈곤층 크게 늘어
세월 가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노인 되는 만큼
‘나만 많이 벌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버리고
상생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가치관 변화 필요해


요즘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주차 안내하는 청년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60대 후반 어르신들이 안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병원도 주차비 징수는 중년 여성들이 하지만, 안내는 거의 어르신들 몫입니다. 주유소의 잔일도 어르신이 맡아 합니다. 삶 곳곳에서 저출산·고령사회의 현실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학업이 길어지고 직장 찾기가 어려워지고 결혼이 늦어지니까 저출산이 발생합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안전의식이 확산되니 오래 살게 되고 노령인구가 늘면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면 노인으로 생활하기가 녹록잖습니다. 수입은 없다시피 한데도 지출은 여전하고, 연금은 개시도 안 돼 노인이라고 혜택받는 점도 별반 없습니다. 마음은 한창이지만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고, 육체노동을 하기에는 버겁습니다.

이제 일자리를 나누는 상생(相生)이 필요합니다. 정년퇴직자를 위해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장 실무경험을 살리면서 직장에도, 개인 생계에도 도움이 되도록 급여를 낮춰 재취업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새로운 일터에서는 시간대나 일의 난도(難度)에 따라 일자리를 구분해야 합니다. 이른 시간에는 잠이 별로 없는 노인들에게, 택배처럼 힘든 일은 젊은이들에게, 상담이나 점검은 경험 많은 노장년층에게 맡기도록 힘써야 합니다.

또 일의 ‘가치관’ 변화도 수반돼야 합니다. 직장은 자아실현 기회이면서 생계의 기초가 되므로 차별 없이 존중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일, 이른바 3D 업종을 하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일은 감사하게 수행하고, 남의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 주므로 고맙게 여겨야 합니다. ‘직업’이 아니라 ‘인격체’로 사람을 상대하는 세상이 돼야 합니다.

성경은 “힘써 일하라”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살후3:10)면서 노동의 신성함을 말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보람이 생기고 보수도 따라오고 삶의 즐거움도 오기 마련입니다. 남에게 얻어먹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직 수고하고 애써 주야로 일하여 분수에 맞는 소비생활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나만 혼자 다 해서 나만 더 많이 벌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일자리를 나누려 마음먹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세월이 가면 자연스럽게 노인이 됩니다. 노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그들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나눠야 합니다. 노인들을 존중하고 격려하고 손잡아 주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깟 돈 얼마 벌려고 뭘 그렇게 하느냐?’는 식의 편견을 벗어야 합니다. 일해서 적지만 소득이 생기고, 일하다가 우울증이 떠나고 건강해져 삶에 활기가 넘치게 됩니다. 일해야 휴식이 얼마나 달콤한지 깨닫게 되고 돈 버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 생활이 오히려 여유로워집니다. 우리 앞에 곧 닥칠 노년의 삶이 팍팍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오태영 안수집사
교회복지부장, 주민센터 근무

위 글은 교회신문 <590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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