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천국 불합격 아니니까 됐다”

등록날짜 [ 2018-12-13 22:54:55 ]

‘내 아들이 왜 불합격?’ 키즈글로리아 오디션

며칠간 참을 수 없이 화나고 속상해하다가

구역예배 때 구역식구들 위로받고 괜찮아져

“아이를 믿음의 사람으로 성장시킬 것” 다짐


“오디션에서 안타깝게 불합격했습니다.” 

월요일 오후 4시쯤 문자가 왔다. 지난 토요일 6세 아들 녀석이 교회학교 유치부 ‘키즈글로리아’ 찬양반에 지원했는데 떨어졌다는 문자였다. 순간 귀에서 “삐” 소리가 나며 뒷목이 뻐근해지고 명치가 답답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는 느낌이랄까. ‘불합격? 이거 실화야?’ 그럴 리 없다며 문자를 읽고 또 읽었다. ‘잘못 보낸 문자 아니야?’라고 생각하다가 이내 ‘도대체 누가 심사한 거야? 기준이 뭐야? 왜 떨어진 거야?’ 속상하고 성질나는 통에 푸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날 저녁 애써 태연한 척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 녀석이 해맑은 표정으로 “엄마, 저번에 먹은 참기름 찍어 먹는 고기 또 먹고 싶다”고 정육점을 가리켰다. 한우 등심이 먹고 싶다는 소리였다. ‘네가 지금 한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냐고!’ 외치고 싶은 마음의 소리를 꾹 참고 정육점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고기를 구우면서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불합격’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저녁도 못 먹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직 여섯 살인데 불합격은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부터 ‘선교원 친구 몇몇은 붙었는데 우리 아들만 떨어졌다고 놀리면 어쩌지? 상처받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다음 날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몸에서 나타났다. 점심 먹은 게 체했고 두통이 왔다. 여동생은 “말로만 듣던 극성 엄마가 너였다”며 웃었고, 남편은 “별거 아닌 일로 마음 쓰지 마라”고 말했지만 내 마음은 별게 아닌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교회학교 유치부 엄마들이 두 종류로 보였다. 키즈글로리아 오디션에 합격한 아이의 엄마를 보면 자연스레 ‘도다리 눈’이 되고, 입에서는 방울뱀 소리가 났다. 떨어진 엄마를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멀리 타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도 그렇게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금요일이 돼서야 그런 마음이 누그러졌다. 구역예배 때 이래서 속상하다 했더니 수험생 자녀를 둔 구역식구들은 그저 웃으며 “이제 불합격의 시작이다. 벌써 이러면 어떡하느냐? 천국 불합격 아니니까 됐다”고 위로해 줬다. ‘그래 맞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며칠간 우울하고 속상하던 마음이 괜찮아졌다. 

앞으로 아들 녀석 앞에는 어떤 불합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학업 경쟁에서 밀릴 수 있고 시험에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실패를 겪어도 다시 웃으며 일어날 수 있는 강한 사람으로 키워 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지 싶다. 무엇보다 세상에 있는 불합격이란 불합격은 다 받더라도 천국에 불합격하는 일은 없어야지. 그래서 아이가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게 기도하고 또 신앙생활에 느슨해지면 독려하고…. 이렇게 믿음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다 보면 천국엔 꼭, 반드시 합격할 것이다. 

여담으로 몇 주 뒤 선교원 동요 동시 발표회에 갔다가 아들 녀석이 왜 키즈글로리아 오디션에서 떨어졌는지 알게 됐다. 또래 셋이서 동요를 부르는데 맑고 경쾌한 합창 속에 계속 플랫 되는 소리가 거슬린다 했더니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우리 아들이었던 것. 오히려 유치부 찬양반에 합격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안심했다는 이야기.



/ 김은혜 집사

82여전도회


위 글은 교회신문 <60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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