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언제쯤 철든 신앙생활 할 수 있을지

등록날짜 [ 2019-08-22 15:18:32 ]

늘 남의 허물 또한 사랑하란 말 들었지만,
막상 선배 교사가 출제 실수하자 한숨 ‘푹푹’
한순간이라도 원망하던 내 모습에 실망
하나님 사랑에 감사하고 있는지 되돌아봐


벌써 한 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을 맞았다. 이번 여름방학은 학교 사정상 3주밖에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남편 휴가일과 비교해 보면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과 비교한 뒤에야 만족하고 즐거워하니 말이다.
방학이 된다는 것은 한 학기가 무사히 끝났음을 의미한다. 또 시험문제 출제에서 채점까지 교사에게도 퍽 부담인 기말고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을 뜻한다. 입시와 직결된 고등학교 시험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에 시험문제에 오류가 없도록 부단히 애를 썼다. 출제를 마치고도 지난 몇 주 동안 문제에 오류는 없는지 답안도 알맞게 제시됐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했다. 별다른 문제 없이 시험이 끝나자 드디어 1학기를 마쳤다는 생각에 얼마나 홀가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시험을 마치고 일이 터졌다. 몇몇 반 학생들이 17번 문제가 있는 시험지 마지막 장을 못 받았다는 것이다. 0.1점 차이로 등급이 갈리는 터라 문제 하나를 못 풀었다는 것은 큰일이었다. 교사 셋이 한 과목을 가르치는데 선생님 한 분이 실수한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주요 과목이라 학생들은 더 예민해했다.


급하게 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고 회의 결과 마지막 장 17번 문제만 재시험을 보기로 했다. 하지만 재시험을 치를 시간이 많지 않았고, 학생 전원이 재시험에 응해야 하는 데다 문제를 맞춘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으면 안 됐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성적 처리가 안 되면 학기를 끝내지 못하므로 학교, 학생, 담당 과목 교사 모두 난리가 났다.


사태를 수습하려고 정신없는 와중에 실수한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다. ‘원안지(原案紙) 교차 점검을 몇 번이나 했는데 왜 모르셨을까’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평생 교직에 몸담은 선배 교사가 나이도 어린 내게 미안하다며 울먹이던 모습을 떠올려 보니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함께 일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늘 남의 허물 또한 사랑하라는 말씀을 들었건만 한순간이라도 원망하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내 모습에 오히려 한숨이 나왔다.


신앙생활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사랑하라’다. 예수님과 하나님을, 목사님과 성도를 사랑해야 한다고. 또 예수님은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당부하셨다. 하지만 정작 내가 사랑하는 대상은 나에게 잘해 주는 이, 친절한 이, 먼저 베풀어 준 이 정도다. 예수의 십자가 피의 공로로 갚을 수 없는 사랑을 받고 그 은혜로 살고 있는데도 잠깐 수고스러우면 되는 일도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했다. 나까지 그러면 안 됐는데, 잠시나마 원망했던 게 죄송했다.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도 이럴진대 과연 나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남과 비교한 뒤에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설사 고난 중에 있더라도 주님께 감사하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철든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



/전선하 교사(고등부)
現 고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638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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