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이 하루도 감사하게 하소서

등록날짜 [ 2021-07-16 15:52:24 ]

한 달간 교생 실습이 있었다. 올해 담당한 4학년 아이들 수업도 하면서 실습하러 온 교생을 지도하느라 무척 분주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교생이 담당할 시간표를 짜는 것.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탓에 ‘대면 수업’과 줌으로 하는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4학년 동료 교사들과 앞서 회의한 대로 ‘대면 수업’을 5회에서 6회로 한 차례 더 늘려야겠다고 교생에게 전했다. 실습 부장님이 세운 계획서에 부합하려면 시간표를 수정해야 했던 것이다.


교생은 내 설명을 듣더니 “네”라고 대답하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한 번 더 수업하는 일이 부담스러웠을까. 하지만 기왕 뭔가를 배우러 왔다면 고생스럽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수업을 해 보는 게 좋으련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교생은 다른 학년에 배정받은 친구에게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다른 학년은 대면 수업을 5회로 해도 괜찮다는데 자기도 바꿀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을 제기한 것이다. 머리가 살짝 지끈거렸으나 “수업 횟수는 계획서에 명시된 대로 해야 하고 4학년 교사들과도 이미 협의해 놓은 바니 따라 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퇴근 시간에 ‘틱’ 하니 교생에게 날아온 카톡. 내용인즉슨 자기가 실습 부장님에게 시간표를 제출하러 가서 다른 학년 사례를 들면서 ‘대면 수업’을 5회로 줄였다는 것이다. 실습 부장님은 4학년 교사들 간에 협의해 놓은 사정까지는 모르므로 “힘들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한 것이다. 담당인 나는 제쳐 두고 마음대로 시간표를 바꾼 것에 다시 한번 머리가 아파 왔다.


솔직히 교생의 카톡을 읽으면서 무시받는다는 느낌도 들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결국 실습 부장님에게 계획서에 따른 결정임을 알렸고, 부장님도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다고 하시면서 모든 교생이 대면 수업을 6회씩 하도록 통일하겠다고 했다.


교생이 왜 그렇게 행동했을지 돌아보았다. 사실 4학년 수업은 학생 수준과 교육과정을 살펴볼 때 다른 학년보다 실습하기 좋은 조건이다. 그래서 다른 교생들도 가장 선호하는 학년이었는데 그 사실을 잊은 채 감사한 줄 몰랐던 것은 아닐까. 이 일로 4학년 동료 교사들도 “교생들이 실습하기 좋은 환경인데도 감사한 줄 모른다”며 앞으로 좀 더 엄하게 지도하자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후 교생도 뭔가 깨달은 바가 있었는지, 내가 지도하고자 하는 부분을 잘 따라줬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줘 수료식까지 훈훈하게 마칠 수 있었다.


교생의 모습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하나님 앞에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하나님이 매일같이 주시는 만나와 메추라기가 너무 익숙해져서 감사를 잃어버린 이스라엘 백성처럼 나 또한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흘려 주신 보혈 없이는 구원받을 수 없는 죄인이고, 죽으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당할 자인데, 구원의 복을 거저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는가. 감사하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며 이제 돌이켜야겠다. 감사 제목들을 하나님 앞에 올려 드리는 이 하루를 살자!



/강혜민

(풍성한청년회 7부)

現 초등학교 교사



위 글은 교회신문 <70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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