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생명 나눔 ‘헌혈’

등록날짜 [ 2021-09-14 17:03:09 ]

아버지는 대장암을 이겨 나가고 계셨다. 연로한 나이인데도 항암치료를 무리 없이 다 받으셨고, 식사도 잘하시곤 했다. 오래전 뇌졸중과 위암을 앓았을 때도 하나님의 은혜로 나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주님이 살려 주시려나 보다’ 싶었다. 가족들도 조금이나마 미소를 되찾았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다 마쳤을 즈음 아버지는 허리에 통증을 느끼며 무척 괴로워하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과가 좋다던 의사는 “허리에서도 암이 발견됐다”며 위험한 상태임을 알렸다.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새로 발견된 암은 혈액암의 일종인데 피를 매일 수혈받아야 했고, 당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발병하던 때라 담당의도 혈액 부족으로 무척 난처해했다. 설상가상 아버지는 AB형 중에서도 특이한 혈액. 오늘 당장 수혈할 피가 없어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를 보면서 눈앞이 캄캄했다.


벌써 2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지난해 2월 연세가족들이 전해 준 사랑을 떠올려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담임목사님께서 수요예배 때 아버지 강경원 성도를 위해 헌혈해 줄 것을 진실하게 당부해 주시자마자 혈액을 전해 주겠다는 연락이 쇄도했다. 청년들은 추운 밤공기를 헤치고 헌혈하러 오겠다며 연락을 줬고, 피검사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한 집사님은 다음 날 자기 아들을 데려와 헌혈하도록 했다. 일산에 사는 어떤 연세가족은 출근하기 전 수혈을 해 주었다. 그 먼 데서 새벽 한파를 뚫고 찾아와 준 얼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위급한 상태이던 다른 병실의 환자들에게까지 피를 나눠 줄 만큼 수많은 연세가족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연세가족들의 헌혈 덕분에 3월에 소천하시기까지 목숨을 연명했다. 당장 수혈할 피가 없으면 생을 마감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 성도들의 사랑으로 한 달 간 더 생명을 연장받은 것이다. 주님 사랑이 아니라면 어떻게 자기 가족처럼 섬겨 줄 수 있었을까. 피 검사를 받는 것도 무척 까다로운 일이었는데 불편한 내색 하나 없이 병원에 와 준 분들. 이름도 다 알지 못하는 그분들께 지면을 빌려 감사를 전한다.


아버지는 2019년 대장암을 판정받고 새벽마다 회개기도 하며 신앙생활에 마음을 쏟으셨다. 항암치료차 병원에 계시면서도 기도하고 예배드리며 주님만 의지했다. 소천하시기 전날도 병실을 성전 삼아 나와 예배드리셨다. 끝까지 예수님만 의지하도록 기도해 주고 격려해 준 담임목사님, 교구목사님, 교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연세가족들이 한 달 동안 피를, 아니 생명을 전해 준 덕분에 아버지는 충분히 회개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소천하신 후 천사 같은 얼굴의 아버지를 보면서 누구나 ‘천국 가셨구나’ 생각할 정도로 암병을 앓으셨는데도 주님 나라로 평안히 가셨다.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고 한다. 헌혈은 다른 이에게 생명을 주는 선한 일이다. 오는 10월 ‘생명 나눔’ 헌혈 행사가 진행된다. 연세가족들이 생명 살리는 일에 동참해 이를 계기 삼아 예수 복음도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십자가 피의 공로로 생명 주신 주님 사랑에 항상 감사한다.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강희주 집사
(동탄연세중앙교회)






위 글은 교회신문 <716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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